<농업이야기>밀의 역사와 문화
<농업이야기>밀의 역사와 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4.11.0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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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로 빵을 먹고 직장에 출근해서 점심때 동료들과 짜장면을 먹고 저녁에 퇴근했다. 케익과 쿠키를 사서 사랑하는 딸의 생일을 축하한 후 저녁으로 대신했다. 이 사람은 하루 종일 무얼 먹고 버텨온 것일까?

빵, 짜장면, 케익과 쿠기 모두 밀로 만든 식품이다. 여름에 들판을 나가면 논에 벼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우리는 쌀을 주식으로 하여 사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쌀 1인당 년간 소비량은 70kg 이하로 떨어졌고 밀의 1인당 년간 소비량은 30kg 이상으로 증가했다. 일찌감치 낌새를 알아차린 사람도 있겠지만 이처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밀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밀은 서구에서 많이 생산되고 많이 먹는 곡물 중 하나로 세계에서 옥수수, 쌀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고 있는 작물에 속한다. 밀의 역사는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1만5000년 전부터 시작됐다. 터키 오른쪽에 있는 아르메니아가 원산지로 추정하고 있다. 밀은 기후 적응성이 강하여 세계 대부분 지역으로 전파되었는데 현재 126개 국가에서 재배 중이고 세계 작물 경작지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작물이다. 우리나라 밀의 역사는 기원전 100년경 중국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평안남도 대동군 미림지에서 최초의 밀 유적이 발견됐다. 고려시대까지 밀은 생산량이 많지 않아 중국 화북지방에서 수입하여 궁중에서 또는 잔치때 밀가루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서민음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밀은 국수용으로 49% 사용되고 제빵 13%, 제과 9%, 가정용 22%, 기타 용도 7%가 사용되고 있다. 밀가루에는 글루텐이라는 쫄깃한 성질을 가지는 단백질 성분이 들어 있는데 이 글루텐 함량에 따라 제빵(글루텐 11% 이상, 강력분), 국수(글루텐 8.8~11%, 중력분), 과자용(글루텐 8.8% 이하, 박력분)으로 사용된다. 빵의 쫄깃한 식감은 이러한 글루텐 함량이 높기 때문이며 제빵시 크게 부풀어 오르고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중력분은 일상 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다목적용 밀가루이고 쿠키와 튀김처럼 바삭함이 필요할 땐 글루텐 함량이 낮은 박력분을 사용한다. 밀의 글루텐을 추출하여 보리, 쌀가루와 혼합하면 보리빵, 보리국수, 쌀국수, 쌀라면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밀로 만든 빵은 보관과 이동에 좋고 고기와 우유 등의 영양을 함께 섭취해야 하기 때문에 길을 만들고 식료품 거래가 시작되어 상업이 발달하게 된 반면 쌀 농사는 많은 일손이 필요하고 영양성분이 골고루 들어 있어 마을 단위의 생활을 만들게 하였다. 영미권의 성(姓 ) Miller는 ‘제분업자, 밀가루 빻는 사람’이란 직업에서 유래할 만큼 제분은 서구인들에게 중요한 행위였다. 밀은 생명과 직결된 식량으로 인류의 역사 속에서 한 나라의 흥망과 전쟁의 결과를 뒤바꾼 중요한 변수로도 작용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와 전쟁할 때 러시아군은 곡창지대의 밀을 모두 제거하는 전략으로 빵을 확보하지 못한 프랑스군은 결국 전쟁에서 패했다. 또 미국의 남북전쟁에서는 면화를 생산하던 부유한 남부지역이었지만 밀을 생산하던 북부군에 결국 식량문제로 패했다고 한다. 그렇게 밀은 문화를 형성하고 역사를 바꾸는 힘을 가진 작물이다.



/이성태박사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잔작담당

 
이성태박사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잔작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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