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연목구어(緣木求魚)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연목구어(緣木求魚)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3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카시



연목구어(緣木求魚) -이기영
 

 

물을 길어 숲을 짓는 일은 나무의 일
죽은 나무에서는 물소리 들리지 않는다

언젠가 저 물고기 물길 잃어버린 나무처럼
오랫동안 물비린내 그리울 것이다


누가 깜빡 잊고 간 것인지, 저 물고기들의 한 생이 위태롭게 걸렸다. 돌이켜 생각하면 살아있는 것들의 목숨이 다 같을진대 저보다 작은 것들, 혹은 저보다 못난 것들, 아니 그리 여기는 것들을 대하는 인간의 됨됨이가 참 그악스럽다. 저 나무의 물길을 끊어버린 것도 인간이 저지른 만행일 것이고, 말라가는 나무 껍질에 위태롭게 생을 방치해 둔 것도 인간이 저지른 참상일 것이다. 넓혀 생각하니, 인간 욕심으로 끊어버린 목숨줄이 지천이다. ‘그리움’이란 닿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애태움이다. 인간의 욕심으로 끊어버린 지천의 목숨줄이 이젠 모두 닿지 못하는 그리움이 되어 버렸다. 그 그리움의 자리에 매년 수조 원의 헛돈이 비린내를 풍기며 흘러들고 있다고 한다. 너도나도,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저 나무처럼 혹은 저 물고기처럼 ‘물길 잃어버린’ 채 말라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