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누리길
스토리텔링이 있는 누리길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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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농학박사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
모처럼 짬을 내어 국화전시장을 찾았다. 필자가 어릴 적에 어머니를 따라 동구 밖 텃밭에 가면서 산소 주위에 피어 있는 할미꽃에 엮인 전설 이야기를 해 주시던 어머님은 이제 하늘나라에 계신다. 하지만 국화전시장에서 그때의 추억이 회상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어머님께서 길가에 피어 있는 야생화 하나하나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것이 곧 지금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텃밭 길이 아닐까 라고 생각되기에 국화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어머님과의 옛 추억을 떠올린 것이 아닐까. 따라서 우리 주위에서 흔히 접하고 있는 풀에 유래된 전설을 알고 있다면 스토리텔링의 동산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몇 가지 풀에 엮인 전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옛날 한 할머니가 세 손녀를 데리고 오순도순 살았는데, 품팔이를 하면서도 꿈은 오직 하나, 어머니 없이 자라는 세 손녀를 좋은 곳으로 시집을 보내는 것이었다. 큰손녀는 부잣집 며느리로, 둘째손녀는 바닷가 어물가게 부잣집으로, 막내손녀는 가난한 선비의 집으로 시집을 갔다. 모두들 떠난 산비탈 오막살이집에는 할머니 혼자 외롭게 살았다. 할머니는 손녀들이 보고 싶어 집을 찾아 나섰는데, 제일 먼저 찾은 곳은 큰손녀 집. 대궐 같은 집에서 몇날 며칠을 하얀 쌀밥에 고기반찬으로 지내지만 손녀 내외의 눈치에 못 이겨 결국 둘째손녀 집으로 향한다. 어물가게를 하는 둘째손녀는 할머니의 차림이 너무 초라해 이웃사람들 보기가 창피하다며 문전박대를 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셋째손녀 집. 그러나 굶주림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할머니는 그만 산 고개 위에서 쓰러지고 만다. 셋째손녀는 밤마다 꿈속에서 나타나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산 고갯길로 향하지만 할머니는 이미 목숨을 거둔 뒤였다. 셋째손녀는 선비인 남편과 함께 양지 바른 곳에 할머니의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듬해 봄 할머니의 무덤 위에는 할머니의 흰 머리카락처럼 흰 털이 나 있는 꽃이 피어났다. 산 고개를 넘는 사람들은 이때부터 이 꽃을 가리켜 ‘할미꽃’이라 불렀다는 것이다.

옛날 어느 부부가 쌍둥이를 낳았는데 두 딸이 너무 예뻐서 언니는 금화, 동생은 은화라고 이름 지었다. 금화와 은화는 어느덧 시집갈 나이가 됐지만, 서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고집을 피웠다. 그래서 몹시 걱정하고 있던 중 갑자기 금화가 열이 심하게 나면서 얼굴과 몸이 온통 붉게 되었다. 의원은 “이것은 열병으로 약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할 뿐 치료를 포기했다. 결국 언니 금화는 동생 은화가 정성껏 간호했음에도 세상을 떠나게 됐다. 며칠 뒤 은화 역시 언니와 같은 병을 앓다가 거의 죽게 됐다. 은화는 부모에게 “저희들은 비록 죽지만 죽어서라도 열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초가 되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년 후 두 자매가 죽은 무덤에서 이름 모를 싹이 자랐으며, 3년 후 여름에 노란색 꽃과 흰 꽃이 피었다. 그후 그 마을에 두 자매에게 걸렸던 열병이 돌았다. 그때 마을 사람들은 은화의 말이 생각나 그 꽃을 달여 먹은 후 열병을 치료하게 됐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그 꽃을 언니 금화와 동생 은화의 이름을 합해서 ‘금은화’라고 이름을 지었다.

경남도는 내년에 36억 원을 들여 주민 산책길인 누리길 4곳을 조성한다고 하며, 올해는 30억 원을 들여 3곳을 조성했다고 최근 밝혔다. 필자는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한 산책길뿐만 아니라 지역명소를 홍보하기 위해 앞에서 소개한 내용과 같이 스토리텔링이 있는 누리길을 만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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