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을 내다보는 도시계획
100년을 내다보는 도시계획
  • 경남일보
  • 승인 2014.11.18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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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만 (환경부 차관)
도시를 계획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중해 연안과 남아메리카 등의 고대도시 발굴현장에서도 이러한 흔적을 볼 수 있는데, 도로망이나 주거지, 공업 또는 상업지역이 질서 있게 배치되어 있고, 상하수도 시설이 설치된 모습은 고대도시의 건설이 계획적으로 이뤄졌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의 도시계획은 1934년에 공포된 조선시가지 계획령에 기초하여 출발했다. 이 법령을 근거로 1934년 나진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도시계획이 수립됐다. 1962년에는 도시계획법을 제정해 도시계획의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했고, 이후 도시계획에 관한 많은 법제가 정비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도시계획은 개발을 위한 계획이라는 인식 아래 공장용지 확보 위주로 도시계획을 수립해 녹지공간 부족과 자연자원 훼손, 생태계 파괴로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을 갖고 있는 도시가 많다.

우리의 도시가 난개발로 몸살을 앓게 된 큰 계기 중 하나는 1994년에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던 논과 산을 준농림지역으로 지정하고 규제를 대폭 완화한데 있다. 아파트, 공장, 음식점, 축사 등은 무질서하게 들어선 반면, 환경기초시설은 부족해 오염이 심해지고 녹지공간은 축소됐다. 그만큼 주민들의 생활환경이 나빠진 것이다. 언론에서 많이 보도됐듯이, 김해는 과거 타 지역에서 이전해 오는 공장들을 무계획적으로 받아들인 결과, 도시 외곽의 산과 들에 공장들이 산재하게 됐다. 지금은 예전의 아름다웠던 김해의 모습을 볼 수 없고 오염 등으로 주거환경 여건이 악화돼 있는 실정이다. 화성, 음성, 진천 등 수도권과 가까운 신흥 개발도시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2000년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준농림지역을 폐지하고 관리지역을 도입함으로써 계획적인 개발을 도모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지자체의 무계획적인 개별공장 설립허가로 환경은 더욱 악화돼 주민건강이 위협받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김포의 한 조그만 마을에는 공장이 150여개가 들어서면서 사람이 살기 어려운 마을로 변하고 각종 오염물질로 암환자가 늘어나면서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현재 환경오염과 암 발병의 관련성 여부에 대한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경기 북부의 양주, 포천 등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도시는 한번 개발하면 문제가 있어도 되돌리기가 어려우며, 개선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 도시계획은 수십 년을 넘어 그 도시의 이미지를 영구히 결정 짓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100년을 내다보는 혜안이 필요하다. 100년을 내다보는 도시계획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공간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자연환경과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은 보전하고 훼손된 곳은 복원하는 도시계획, 곳곳에 녹지공간을 많이 배치해 시민들이 언제든지 자연을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이어야 한다. 나아가 대중교통이나 자전거 이용 등을 통해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교통설계도 필요하다.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고 도시경관을 고려한 건물의 설계와 배치 등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도시공간의 창출은 중앙정부의 노력과 법만으로는 어렵다. 지자체와 주민 스스로가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 도시기능을 충실히 도모하고 시민의 생활 편리성을 확보하면서도 자연환경 보전과 도시미관을 개선한다면 그 도시는 누구나 대대로 살고 싶은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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