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 <104>거창 보해산
명산 플러스 <104>거창 보해산
  • 최창민
  • 승인 2014.11.20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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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명산 속에 숨은 보석같은 산
암릉길이 아름다운 보해산 전경. 멀리 보이는 산이 금귀봉이다.


보해산은 숨어 있는 보석 같은 산이다. 깎아지른 암릉의 조형미가 돋보이고 주변의 조망권이 우수하다. 그러나 인근에 우두산 의상봉 미녀산 오도산 등 거창 가조 들판을 중심으로 유명한 산들이 많아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이번 주에는 숨은 보석 거창 보해산을 찾아간다.

거창군 가북면에 위치한 산으로 해발이 911m로 높지 않음에도 산의 반쪽 사면이 무너져 내린 듯한 기이한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동서남북으로 우두산(별유산), 비계산, 덕유산, 지리산, 가야산 등 걸출한 산들이 호위하고 있어 이 산들에 대한 조망이 탁월하다.

아울러 지형적으로 이 산과 어울려 있는 가조 들판의 생김새도 화제다. 산이 환형으로 둘러싸여 있고 그안에 가조 들판이 위치하고 있다. 이는 화산과 분화구 같은 형태로, 들판 한가운데 온천이 발달한 이유가 분화구처럼 생긴 것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신비감을 준다. 실제 하늘에서 보면 백두산 천지와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가조 들판에 있는 온천의 이름도 백두산 천지온천이다.

보해산의 이름은 옛날에 보해사가 있었기 때문이며, 일설에는 오래전 임금이 이 산에 왔다가 보물을 잃어 버려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12km 휴식포함 7시간 소요.

▲등산로 거기마을→사과밭→보해산 주릉→보해산→암벽지대→837봉→귀이터재→터널 위 큰재→금귀봉→내장포마을→거기마을 원점회귀.

▲오전 9시, 거기마을에서 출발한다. 50여 가구가 사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다. 최근에는 사과를 아이템으로 하는 농촌 체험마을이 들어서 ‘거기애 사과마을’이라는 메이커도 갖고 있다. 도회지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과따기 체험과 황토방 숙박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에서 산 쪽을 올려다보면 피라미드형으로 돌출한 산이 837봉이다. 이 산을 기준으로 왼쪽이 보해산, 오른쪽이 금귀봉이다.

마을길을 관통해 오르면 주변은 온통 사과밭이다. 그런데 11월 중순 추위가 닥쳐 서리가 내렸는데도 나무에 사과가 달려 있다. 의아해하며 일을 하고 있는 어르신에게 사연을 물었더니 “사과품종이 저장성이 좋은 ‘부사’여서 서리를 맞아야 맛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마을 사과 재배단지는 해발이 500m 위치에 있고 수확 철 밤낮의 기온 차가 큰 지역이어서 천혜의 재배조건을 고루 갖춰 사과 맛이 일품이다”고 자랑했다. 농작물은 서리를 맞으면 먹을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오전 9시 25분, 사과밭을 떠나 산으로 들어가는 가는 곳에 산행 리본이 많이 달려 있다. 그 옆에 오래된 당산나무도 한그루가 버티고 있어 비교적 초입 부분 산길을 찾기가 수월하다.

조금 오르면 솔밭이다. 그 중 가지가 갈라진 소나무 밑둥치에 눈길이 간다. 요즘 지면을 통해서 소개가 많이 된 수목장이다. 가로세로 50cm정도 돼 보이는 납작한 석물을 놓았는데 2007년 이 세상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간 사람의 흔적이다.

출발 후 한 시간 만에 2.5km 올라온 지점, 보해산 주능선에 닿는다. 왼쪽 회남재까지 4.3km이며 가야 할 보해산은 오른쪽 1.2km를 가리키고 있다.

보해산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은 왼쪽 회남재에서 시작해 금귀봉까지 종주산행을 선호한다. 흙을 밟으며 숲속을 지나는 회남재 보해산 구간과 암벽지대를 지나면서 순간순간 스치는 풍경을 만끽하는 보해산 금귀봉 구간의 두가지 산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눈 위에 숲을 넘어 우뚝하게 보이는 산이 보해산이다.

능선길이 시작되면 오솔길. 산정까지 약 30여분 동안 오롯이 가을의 풍취를 즐길 수 있다. 주중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 한적한데다 모처럼 만나는 낙엽길까지 더해 고즈넉하다.

정상을 앞두고는 오름길이 조금 드세진다. 이쯤, 이 시간에 사진촬영을 하기 좋다. 아침 햇살이 남에서 비칠 때 산과 나무, 사람이 어울려 있는 모습을 역광 실루엣으로 처리하면 근사한 장면을 얻을 수 있다.



 
보해산 오름길
보해산 암릉이 보이는 전경. 멀리 우뚝한 산이 우두산 상봉이다.


300m 못 미쳐서 갈림길. 오른쪽 외장포로 곧장 내려가는 길이다. 중간에서 서쪽 멀리 고래등처럼 생긴 덕유산의 광활한 산맥이 눈에 들어온다. 전날 내린 눈이 덕유산에만 쌓여 유난히 하얗게 보인다.

정상 100m를 앞두고 10m 크기의 큰 바위가 막아선다. 바위 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암릉 길을 택해도 되지만 우회 길도 있다. 바위길 산행은 짜릿하기는 한데 위험하다. 로프가 깔려 있어도 좀 낡은 상태이니 주의가 필요하다.

오전 11시 10분, 보해산 정상. 주변의 키가 큰 나무들 때문에 전망은 별로 없고 911m를 가리키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정상에서 도로가 있는 큰재까지 2.7km, 금귀봉까지 1.3km이다. 정상을 약간 벗어나면 가조들이 잘 보이는 암릉 길이 시작된다.

동쪽에서 남으로 시선을 돌리면 장군봉 의상봉 비계산 안테나가 박혀 있는 오도산, 중앙 더 멀리 미녀봉 숙성산까지 가조들녘을 감싸고 있다. 지리산은 더 멀리 남쪽에 있다.

동쪽 우두산(별유산) 뒤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것은 합천 매화산과 가야산이다. 특히 우두산 줄기 장군봉에서 가조들로 뻗은 산세가 용암이 흘러내린 것 같다.

조금 더 진행하면 드디어 보해산의 숨은 보석 화려한 암릉지대가 나타난다. 진행해야 할 금귀봉과 그 앞 이름 없는 837봉 암릉지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다시 한 번 보석 같은 산임을 실감할 수 있다.

837봉을 비롯해 높고 낮은 바위와 암벽, 깎아지른 절벽과 허광한 경지가 교차하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이 구간에선 앞만 보고 간다면 손해, 뒤편의 풍경을 봐야만 본전을 뺀다.

100여m 높이의 절벽 한가운데에도 굴참나무가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며 자라고 있다.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렸음에도 그런 환경에 굴하지 않고 생명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이파리가 다 떨어져 죽은 것 같이 보이나 거뜬히 이 추운 겨울을 견뎌낼 것이다.



 
오후 늦은 시간 붉게 물드는 보해산. 그앞 나무가지에 걸린 것은 수확이 끝난 과일 봉지이다.
거제 해금강의 천년송을 닮은 소나무


낮 12시 30분, 이 산 최고의 절경 837봉에 닿는다. 이 봉우리는 특이하다. 꼭대기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모양새가 거제 해금강의 천년송을 쏙 빼닮았다. 특히 이 봉우리를 오르기 전에 있는 바위전망대에서 보면 영락없는 해금강 천년송이다.

이곳에서 휴식한 뒤 금귀봉으로 향한다. 산세는 가조 용산마을과 내장포마을을 잇는 도로 큰재까지 내림길이다. 이 구간 일대에는 소나무 군락이 형성돼 있고, 그 사이로 이어진 논두렁 같은 길을 따르면 된다. 귀이터재 갈림길 ‘고대마을 1.7km’ 이정표가 서 있다.

도로의 터널 위에서 뒤돌아보는 보해산의 풍취도 아름답다. 금귀봉까지는 비교적 평탄한 오솔길이지만 마지막엔 한두 번의 휴식이 필요할 정도로 가풀막이며 험한 탓에 나무계단이 설치돼 있다.

오후 3시, 금귀봉 정상에 도착한다. 친절하고 인상 좋아 보이는 산불감시원은 지리산, 덕유산 등 주변 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원점 회귀 마을인 거기마을까지는 4.1km로 1시간 10분이 더 소요된다.

산의 꼬리를 탈 무렵 뒤돌아보는 보해산 줄기에 붉은 저녁 햇살이 드리우고 있다. 그 앞 나뭇가지에 걸려 있는 노란 과일봉지가 마치 세월호 참사로 인해 내걸렸던 노란 리본처럼 보인다. 산 끝자락에서 내장포마을 앞 도로를 만나면 산행이 종료된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gn20141114보해산 금귀봉명산플러스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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