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가을 퇴비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가을 퇴비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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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나무 월동준비 가을 퇴비 뿌리기
절기상으로 지난 토요일이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이었다.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가 추워진다는 절기라지만 며칠 싸늘했던 날씨가 다시 초가을로 되돌아 간 듯 한낮 기온은 더위를 느낄 정도였다. 속담에 ‘소설 추위는 빛을 내서라도 한다’는 말이 있다. 소설에 날씨가 추워야 보리농사가 잘된다고 했다. 보리는 가을 추수가 끝난 후에 씨앗을 뿌려 내년 초여름에 수확을 하는 월동 작물이다. 초겨울 날씨가 포근하면 보리가 웃자라 추운 겨울을 날 수 없다. 보리를 재배하는 농가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으로 변해버렸지만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포근한 날씨가 걱정이 된다.

예전 같으면 바쁜 농사일을 끝내고 월동 준비에 한창일 때다. 겨울에 먹을 무를 수확하면서 따낸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와 호박을 썰어 햇볕에 말려야 했다.

요즘보다 더 추웠던 옛날에는 배추가 얼기 전에 김장을 서둘렀다. 한겨울이 되어도 강물은 커녕 저수지의 물도 얼어붙지 않는 최근에는 김장을 하는 시기도 늦어져 대설 절기가 되어야 한다. 기온이 변하니 절기에 따라 하는 일도 많이 달라졌다.

주중에 한차례 한파가 지나갔다. 된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얼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식물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전날까지 서리 피해를 입지 않았던 단감이 얼어 있었다. 마지막 수확을 하면서 푸른빛이 남아있는 것을 더 익으면 따서 저장을 했다가 겨울 간식거리로 이용할 계획으로 남겨 두었던 것이다.

주말에는 날씨가 포근할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따는 것을 며칠 미루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동해를 입은 단감은 시간 나는 대로 썰어 감 말랭이로 만들어 겨울 간식거리로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야콘 줄기와 잎이 서리를 맞고 새까맣게 말라 죽었다. 지난 4월 중순, 친구가 보관하고 있던 씨눈을 얻어다 심었던 것이다.

더 큰 추위가 닥치기 전에 수확을 마쳤다. 야콘은 남아메리카가 원산으로 다년생식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월동을 하지 못해 가을 수확을 할 때 씨눈을 따 얼지 않도록 보관했다가 봄에 다시 심어야 한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야콘을 심으면서 비닐멀칭을 하지 않았다. 잎이 넓고 초반 성장이 빠른 야콘은 비닐멀칭을 하지 않아도 잡초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다. 야콘 줄기를 뽑아보니 굵고 긴 뿌리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먼저 줄기를 뽑아 젖히고 달린 뿌리를 떼어내면 호미로 땅에 묻혀 있은 것을 파냈다. 뿌리가 땅위로 드러나자 한약재 같은 향긋한 야콘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야콘 뿌리는 잘못 다루면 쉽게 부러지거나 부서진다. 땅에 묻힌 야콘 뿌리를 뽑아 올릴 때는 땅을 깊게 파고 부러지지 않도록 파내는 것이 요령이다.

야콘을 파보니 적어도 100kg은 될 것 같았다. 지난해보다 배는 더 수확을 한 것이다. 야콘은 보관했다가 숙성이 된 후 먹으면 더 맛있다고 알려줘 바람이 잘 통하는 그릇에 담에 얼지 않는 창고에 넣어 두었다.

지난달 구입해 비닐로 덮어 쌓아두었던 퇴비를 매실나무에 뿌렸다. 매실은 봄보다 가을에 거름을 주는 것이 좋다고 일러줘 지난해부터 해오던 일이다. 남들은 무슨 퇴비를 벌써 뿌리냐고 묻곤 하지만 미리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계속 하기로 했다. 이번에 구입한 퇴비는 비닐포대가 아닌 낡은 마대에 담겨 있어 비라도 맞아 물기를 머금게 되면 무게가 늘어나 작업이 어렵게 된다. 포대 또한 벼 수매를 했던 재활용한 포대라 짧은 시간 햇볕에 노출되어도 쉽게 삭아 터지기 때문에 서둘러 뿌리게 되었다.

보통 퇴비와 비료는 겨울과 초봄에 걸쳐서 뿌리는 것이 상식이었다. 매실은 수확 시기가 빨라 나무가 겨울눈을 틔우고 잎을 펼쳐 광합성으로 열매를 키우기에는 시간이 짧다고 한다. 열매를 키우기 위해서는 지난해 뿌리와 줄기에 저장해 두었던 양분을 먼저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매실과 같이 일찍 열매를 수확하는 나무는 가을에 퇴비를 주어 양분을 저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고 해서다. 매실은 이른 개화를 위하여 추위가 남아있는 겨울에도 수액이 흐르고 뿌리가 성장을 위하여 움직인다고 한다. 내년 농사를 위하여 된서리를 맞고도 푸른 잎이 그대로인 매실나무부터 낙엽이 지면 가지치기를 서둘러야 될 것이다./정찬효·시민기자

 
남아메리카가 원산인 야콘은 다년생식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월동을 하지 못해 가을 수확을 할 때 씨눈을 따 얼지 않도록 보관했다가 봄에 다시 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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