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자율성이 혁신을 이끈다
대학의 자율성이 혁신을 이끈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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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정보기술(IT)의 급속한 발전이 산업지형과 기업환경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초래하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전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그 선두에 있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고, 선도 기업의 대부분이 미국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페이스북의 마이크 저커버그 등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성장배경에는 어릴 때부터 자유를 만끽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대학의 자유와 자율성이 정신적 모태가 되어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이 회사들은 사옥을 캠퍼스라고 부른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자율적 시스템은 세계 어느 대학 캠퍼스보다 우수하다.



자유와 자율성이 창의력의 근원

자유로운 분위기와 자율적인 교육 및 연구 시스템은 대학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 대학은 자유와 자율을 통해 혁신을 선도해 나아가는 학문공동체이다. 산학 협력이나 학문 융합은 구호로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대학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인재들의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우리 대학은 온갖 감시와 통제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지경이다. 연구비 지출과 연구 성과에 있어 극소수의 일탈을 빌미로 선량한 절대 다수의 대학인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과잉규제는 당장 철폐되어야 한다.

30년 전의 일이다. LG와 삼성은 변방의 보잘것없는 전자회사에 불과했다. 30년 후 지금처럼 세계시장을 장악하는 선도 기업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 그때도 정부의 지원과 대책은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기술개발과 창조적 혁신만이 미래의 두려움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학이 연구와 교육을 위한 무형의 자유공동체라면 기업은 주어진 과제를 통해서 확실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대학과 기업은 산학협력뿐만 아니라 발전적 경쟁이 필요하다. 각기 존재 이유는 달라도 공동목표를 향해 서로 노력할 때 진정한 산학협력과 그를 통한 창조경제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대학은 학문공동체로서 그 핵심기능인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과 사회봉사의 국가적인 연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하버드대학과스탠퍼드대학은 동부와 서부를 잇는 중심대학으로 다른 대학들과 연계하여 세계적인 IT 천재들을 배출하고 있지 않는가. 선발 대학과 후발 대학, 거점 대학과 지역 대학, 종합 대학과 특화 대학이 학문적 연계와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연구와 산학협력이 창조경제 선도

사람이 공기만 마시고 살 수 없듯이 연구는 재능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연구비의 획기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가적인 연구성과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연구자 간의 약탈적인 성과급적 연봉제와 같이 기존의 성과를 갉아먹는 제도는 장기적으로 연구환경을 훼손할 뿐이다.

새로운 연구개발이 기존 연구자의 살을 갉아먹는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만족할 수 없다. 추가적인 연구성과나 새로운 연구과제에는 그에 걸맞은 인센티브가 추가 지원되어야 한다. 대학재정 지원이나 연구비 지원을 대학의 규제나 감시의 수단으로 활용해서는 안된다. 대학의 자유와 자율성이 보장될 때 무한한 창의력이 발휘되고, 이들이 쌓여 국가적 창조경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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