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원리와 부정의 원리
긍정의 원리와 부정의 원리
  • 경남일보
  • 승인 2014.11.26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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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한국사회는 열심히 자본주의 세계화 과정에 몰입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부정성의 패러다임에서 긍정성의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혹자는 면역학적 패러다임이라고 부르는 전자는 타자에 의한 거부, 강제규율, 의무결핍, 금지를 기본 개념군으로 하고, 후자는 타자성의 소멸, 능력, 성과, 자기주도를 기본 개념군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면역학적 행동의 본질은 공격과 방어이고, 대상은 타자성 자체이고 그 외연은 자본주의다.



우리 사회, 긍정성 패러다임에 진입하고 있어

자본주의 생산관계 조절의 결과물인 창조성의 장점은 극소수 사람들이 향유하는 반면, 파괴성의 대가는 다수가 부담하고 있다. 이 두 축에서 보수와 진보가 일정 정치 사회적 행태를 보인다. 우리 사회는 지난 10여년 간 보수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변화 지향성이지만, 그 자체의 비절대적 속성으로 인해 진보와 보수의 구체적 개념은 시대와 장소마다 각기 달리 나타나게 된다. 서구와 달리 보수의 상대어로 급진이나 혁명이라는 용어가 아닌 진보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한 일이다. 갈등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갈등은 때로는 합리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있다. 갈등의 기본논리가 약하거나 그 목적이 애매할 때는 더욱 그렇다. 갈등이 퇴행적 양태를 보인다면 그것은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사회통합의 에너지를 소진시키고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요인이 된다.

진보와 보수 모두 사회를 구성하며 필요한 존재이다.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국가발전의 최대치에 대하여 보수는 그 최대치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진보는 발전은 더디어도 분배에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분단상황과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그러다 보니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정에서 친북, 종북좌파, 친미가 뒤엉켜 본래 의미의 진보와 보수와는 거리가 있다. 그렇지만 보수와 진보가 나아가고자 하는 세계는 바람직한 세상 구현이다. 그 큰 논의는 토피아(topia)이고, 역사적 근원은 유토피아다. 보수와 진보는 이 유토피아라는 삶의 조건을 한국이라는 시공에서 부단히 현재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것은 유토피아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보다 나은 사회상에 대한 지향점이기 때문이다. 유토피아는 어떤 형태로 상상되든 그 자체가 이미 현실에 대한 반대상(反對相)으로서 현실에 대한 비판과 부정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여기에는 주장의 긍정성 입증의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사회세력, 정교한 정치적 삶 입증해야

보수와 진보의 논의는 현실비판이라는 부정의 원리와 규범의 제시라는 긍정의 원리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부정의 원리와 긍정의 원리는 변증법적 사회운동 법칙이다. 전자가 현실 사이의 부조리와 악을 고발해 사회 개혁사상을 고취시킨다면, 후자는 인간의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통해 바람직한 사회에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적 진보의 원천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는 다수의 정치 사회적 의지에 의해 수용되는 사회세력이 될 수 있다. 표피적 논란과 대립의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의 향후 과제는 다수를 위한 정교한 정치적 삶을 설정하고 입증해 보이는 일이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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