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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41> 경북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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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27  22: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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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신장군묘

경주 남산의 문화재 답사에 이어 까까머리 고교시절 수학여행의 기억을 더듬어 새로운 얘기의 한 페이지를 만든 경주 보문에서 하룻밤은 함께한 산우들과 또 다른 추억으로 기록될 것 같다. 대학시절 친하게 지낸 친구를 만나 맥주잔을 기울이며 정담을 나누고, 노천 라이브카페에서 공연을 막 시작하려는 가수에게 부탁해 평소 애창하던 노래도 몇 곡 부르며, 깊어가는 가을에 흠뻑 빠졌다가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다. 여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중 하나가 맛이 있는 음식이라 묵해장국을 찾아 나설까 하는데, 호텔 숙박비에 조식뷔페가 포함돼 있다기에 그냥 호텔레스토랑으로 향한다.

일단 다른 분들과는 좀 순서가 다르게 음식을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과일부터 챙겨 먹고, 이어서 야채를 포함, 요기가 될 만한 것들을 가져다 먹으니 금방 속은 든든하면서 편안해진다. 평소 잘 마셔보지 않던 차도 함께 마시며 그 맛과 효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나라 대표 여행지 경주를 어떻게 둘러볼 것인지 의견을 모아 먼저 김유신 장군묘로 향한다.

깨끗하고 정돈된 시가지를 가로질러 송화산 기슭의 전망 좋은 구릉 위 울창한 소나무숲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장군의 묘를 찾았다. 김유신은 삼국을 통일한 공로가 컸으므로 문무왕은 왕명으로 예를 갖춰 후대한 예장으로 장례를 치르고, 비를 세워 공적을 새겨 수묘하는 백성을 배정해주는 등 최고의 예를 베풀 정도였으니 무덤의 양식은 왕릉이나 다름이 없다. 잠시 장군의 삼국통일 대업에 경의를 표하고 왕릉을 나와 형상강변의 무성한 갈대숲길을 걸으며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 속에서 영화 속 한 장면의 우리들 이야기를 엮어 즐기다가 경주석장동암각화를 찾아갔다

 

   
▲ 기림사 유물전시관


경상북도 기념물 제98호인 경주석장동암각화는 서천에 인접한 수직 암벽에 고령 양전리식 얼굴 암각과 둘레에 방사상 단선을 돌려 새긴 삼각형 모양의 얼굴 암각 등이 새겨져 있는데, 그림이 새겨진 암면은 남향과 동향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 중 남향한 암면에 대부분의 그림이 새겨져 있으며, 동향한 암면에는 그림 숫자도 적고 현재 남아 있는 것도 풍화가 심해 형태를 식별하기 어렵지만, 남향의 암면은 왼쪽으로 가면서 몇 차례 꺾어지고 꺾어진 암면마다 각각 그림들이 새겨져 있다. 이들 암면들은 모두 매끈한 수직면을 이루고 있으며, 인공적으로 깨뜨려 다듬은 흔적 위에 갈아 파기식으로 새겼고 제작 시기는 청동기시대로 추정된다.

차를 돌려 상상으로 둘러보는 사찰 황룡사지로 향한다. 황룡사는 신라의 최전성기인 진흥왕에서 선덕여왕까지 약 100여년의 시간 동안 만들어진 사찰로 옛 영화로운 모습은 이제 이야기로만 남아 전해진다. 높이가 80m에 이르렀다는 황룡사 구층목탑은 주변 아홉 오랑캐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수호하기 위한 염원을 담은 탑이라고 하는데, 탑 바닥 한 면의 길이가 22m에 이른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남아 있는 최대 크기의 범종인 성덕대왕 신종의 네 배에 이르렀다는 황룡사 범종이나 솔거가 그렸다는 살아 움직이는 듯한 벽화의 모습도 상상으로만 보아야 한다니 아쉬움만 가득하다.

주말을 맞아 황룡사지에서 보문호 덕동호 추령터널 등을 지나 기림사에 올랐다. 기림사는 양북면 함월산에 있는 절로 그 크기는 불국사 다음 가는 규모이다. 신라 초기 천축국의 사문 광유성인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처음에는 임정사라 불리다가 원효가 도량을 확장하면서 기림사로 개칭했다. 기림사에는 다섯 가지 맛을 내는 오종수가 나는데, 차를 끓여 마시면 맛이 으뜸이라는 감로수, 그냥 마셔도 마음이 편안하다는 화정수, 기골이 장대해진다는 장군수, 눈이 맑아진다는 명안수, 물빛이 너무 좋아 까마귀가 쪼았다는 오탁수가 그것이다.


시원하게 오탁수를 한 바가지 마시고 감포항으로 차를 달린다. 규모가 아기자기하면서도 멋진 등대가 우뚝 솟아있는 감포항은 드나드는 어선이 많은 동해남부의 중심 어항이다. 감포항 방파제는 동해 일출을 감상하기에 좋은 포인트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3일과 8일에 장이 서는 전통시장이 들어서고, 해안도로에도 횟집과 민박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기에 충분해, 새벽에 들어오는 오징어배와 멋진 일출이 어울릴 때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문무대왕수중릉


이제 사적 제159호이며 삼국통일을 이룩한 문무왕의 호국정신이 깃든 수중왕릉이 보이는 감은사지 앞에 있는 이견대로 간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감은사 안에 있던 기록에는 문무왕이 왜병을 진압하고자 절을 창건하였는데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 아들 신문왕이 681년 7월 7일에 왕위에 올라 682년에 공사를 끝내고, 금당 뜰아래에 동쪽을 향하여 구멍을 하나 뚫어 두었는데, 그것은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이 절에 들어와서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단다.

문무대왕 수중릉인 대왕암을 의미를 두고 눈여겨볼 수 있는 곳은 이견대와 동해구라는 표지석 아래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라는 기념비가 서 있는 곳이다. 화려한 능묘를 마다하고 동해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문무왕이 용으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곳이며, 신문왕이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배 만파식적(나라의 모든 근심과 걱정이 해결된다는 신라 전설상의 피리)을 얻었다는 유서 깊은 곳이라 더 정이 간다. 동해구 표지석 아래로 내려가면 우현 고유섭 선생의 반일 의지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가 보인다. 고유섭은 일제 강점기 때 명백한 침략을 내선합일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우격다짐에 쐐기를 박듯, 이미 통일신라시대에 왜구의 침략을 경계한 문무왕의 호국 의지를 돌이켜 생각하며 ‘대왕암’이라는 시와 ‘나의 잊히지 못하는 바다’라는 수필을 써 유명하다.

 

   
▲ 부채꼴 주상절리


감은사지와 대왕암을 거쳐 읍천항으로 들어가 점심식사를 하려고 주상절리로 들어가는 입구에 차를 세우고 동해횟집을 찾았다. 자연산 활어회만 취급한다니 모듬회를 시켜 한 점 해보니 과연 자연산 활어회답고, 야채와 콩가루를 초간장에 버무려 회를 올려 먹으니 한 맛 더한다. 이렇게 잠시 회 맛에 빠졌다가 정신이 들어 여기 물회를 맛보자고 했더니, 사이다와 채썬 배를 담은 그릇을 주면서 초간장으로 적당하게 간을 하여 참기름을 넣고 먹어 보라기에 따라 했더니 그냥 즐길 만한 물회를 맛볼 수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주상절리 파도소리길을 걷기 시작한다. 양남면의 주상절리는 타 지역 주상절리 천연기념물과는 뚜렷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부채꼴 모양과 수평방향의 주상절리가 대규모로 발달되어 있다. 2012년 9월 25일 천연기념물 제536호로 지정되어 화산암의 냉각과정 및 특성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연구 및 교육자료로서의 가치를 가지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 원목을 포개어 놓은 것 같은 형상과 백두산 천지를 보는 것 같은 신비로움뿐만 아니라 여인의 주름치마 꽃봉오리 등 다양한 형태의 주상절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어 가히 지질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세계 유일의 자연유산을 관람하며 경주 이야기를 마무리한다./삼천포중앙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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