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포퓰리즘 경쟁하다 그리스 꼴 난다
무상포퓰리즘 경쟁하다 그리스 꼴 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1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고문)
13위 경제대국에 3만달러 소득이라면 그에 걸맞은 복지체계를 갖추는 게 옳지만 재원이다. 그리스 위기를 보면 국민이 일단 과잉복지에 익숙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세계에 일깨워 주었다. 과잉복지가 세계문명의 요람 그리스를 결딴낸 상황에서 복지 포퓰리즘의 폐해가 현실이나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복지 보따리’를 들고 나서자 무상복지 논란이 뜨겁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데 마다할 사람은 없다. ‘신뢰만 갉아먹을 수 있는 공짜복지’에 귀가 솔깃한 사람이 많다. 고령화·저성장·고복지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무상복지를 마냥 확대하면 국가 채무가 늘어 종국에는 부도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 복지비용은 국민 세금에서 나오거나 빚을 낼 수밖에 없다. 그리스도 때론 나라망치는 정치인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무상복지病 목격’, 한국도 반면교사 삼아야

선거 때 국고는 안 따지고 당장 눈앞의 표만 생각, 보편적 복지타령을 하다가 결국 족쇄가 됐다. 복지 퍼주기의 종말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보여준다. 재정은 안 따지고 무상복지를 확대, 4~5년 전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던 ‘그리스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 무상복지 덫에 걸린 그리스 ‘복지병(病)’을 목격했다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정치권의 복지구호를 충족시키려면 세금을 지금보다 두 배 더 걷는 수밖에 없다. 정당, 어느 대권 후보도 두 배 더 걷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사상 처음으로 10년 슈퍼불황이라 증세를 위한 복지투정만 할 때가 아니다.

무상복지를 둘러싼 해묵은 진보ㆍ보수 논쟁이 정부와 여당, 일부 지자체가 한 편이 되고, 야당과 다수 지자체와 교육청이 다른 편으로 묶여 정면으로 맞붙었다. 선거에 이기면 그만이라는 식의 전형적인 포퓰리즘 공약을 억지로 지키려다 보니 지자체들이 아우성이다. 무상복지 제도가 불과 3년도 지나지 않아 대란을 맞고 있다. 경남발(發) 무상급식 지원중단 파문이 무상보육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짜복지 시리즈’의 파탄은 오래전부터 예고됐다. 무상급식·무상보육을 둘러싼 정치권의 소모적인 책임 떠넘기기가 한창이다. 국민의 눈에는 여야 모두 한심하게 비칠 뿐이다. 중앙·지방정부, 교육청은 서로 “네가 책임지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다 여야도 ‘무상보육 폭탄’을 내년으로 미뤄 놓았다. 무상복지로 줄줄이 부도가 예상된 ‘복지의 역습’이다.

무상복지가 파탄 날 지경에 몰려 책임전가와 실력행사로 시끄러운 와중에 또 무상시리즈가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80명의 서명을 받아 ‘신혼부부에게 집 한 채’ 포럼을 발족했다. 재정은 고려하지 않고 ‘퍼주기’ 식 복지에만 매달린다면 17대 대선 때 ‘신혼부부에게 1억원 제공’ 공약을 내걸었던 허경영 후보와 다른 게 뭐냐는 비아냥이다

“네가 책임지라”며 책임 떠넘기다 ‘복지 역습’

드디어 교육감들이 ‘복지 디폴트’를 예고하고 나섰다. 돈이 없다며 내년도 누리과정 중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상급식·누리과정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과 설전으로 국민들의 심사는 불편, 혼란스럽기만 하다. 선별복지, 보편복지 공약의 혼란이 이 수준의 시행착오에서 멈출 수 있다면 국가적으론 귀중한 깨달음이다. 일본도 무상복지의 포기를 감안, 재검토가 필요하다. 무상포퓰리즘 경쟁하다 그리스 꼴 난다.

 
이수기 (논설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