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다] 합천 영전초교 '골프'
[학교에 가다] 합천 영전초교 '골프'
  • 김상홍
  • 승인 2014.11.30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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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 딛고 골프 특성화교육 인기
▲ 사진설명 합천영전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과 유수영(사진 왼쪽) 스포츠 강사, 지승호(사진 오른쪽) 교장이 방과 후 수업으로 골프를 배우고 기념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교생 41명의 시골학교가 골프 특성화학교로 발돋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화제의 학교는 합천 영전초등학교. 1939년 문을 연 영전초등학교는 한때 학생수가 600명에 이르는 큰 학교였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마을의 젊은 주민의 수는 줄어들기 시작했다. 자연히 초등학교에 다닐 만한 어린이를 찾기는 점점 더 어려웠다.

폐교가 기정사실처럼 되면서 시설보수도 투자도 거의 없었다. 인근 항제분교, 계산분교, 지강분교, 문림초, 율곡초등학교와 통폐합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2012년 영전초등학교에 부임했던 주영완(현 합천초 교장) 교장이 학교 살리기 방안으로 골프 특성화학교를 총동창회에 제안했다. 당시 19회 졸업생이자 동창회장이던 류성수(65)서울 정우금속 대표가 동창회 때나 체육대회에서 폐교를 막아보자고 호소했다.

처음에는 “시골 초등학교에서 무슨 골프냐”, “괜히 바람만 넣는 것 아니냐 ”는 말도 나왔지만 특별함이 오히려 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모아졌다.

골프학습장은 류성수 전 회장의 2000만원과 27회 졸업생 안동환(57·합천읍)씨 1000만원 등 동문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 기금 7300여만원과 합천군의 3000만원이 지원돼 건립을 하게 됐다.

영전초등학교 골프장은 총면적 507㎡, 거리 37m, 타석수 5석이며 공사비는 건축비, 전기공사, 용품구입, 설계, 기타비용 등을 합쳐서 1억 800여만원이 소요됐다

류성수 전 회장은 “존폐를 걱정하던 모교가 동문을 비롯해 주변의 도움으로 골프 특성화학교를 꿈꾸게 됐다”며 “앞으로 명문학교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동창회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라고 밝혔다.

영전초등학교는 학급당 인원이 3~8명인 초미니 학교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전국의 전교생 60명 이하의 작은 초등학교는 1188곳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는 30~40개교가 지난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초미니 학교인 영전초등학교는 골프교실을 운영하면서 지난해와 올해 모두 6명이 새로 전학을 왔다.

합천읍에서 맞벌이 하는 정이룡(44)·권소운(32) 부부는 아들 정상민(10) 군을 올해 이 학교 3학년으로 입학시켰다. 사는 곳은 합천읍이지만 학교의 골프소식을 듣고 몇 차례나 학교를 탐방한 끝에 선택했다.

영전초 전교생 41명 학생들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모두 무료로 골프교육을 받고 있다. 바로 방과 후 수업때문이다. 스포츠 강사를 채용해 월·화·수요일 각각 4시간씩 전교생을 대상으로 골프를 가르치고 있다.

 

▲ 사진설명 합천영전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수업으로 골프를 배우고 있다.


매주 토요일은 오전 2시간을 방과 후 골프수업을 한다. 이밖에도 수영과 사물놀이, 관악, 수채화 등 다양한 방과 후 수업을 한다. 또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6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골프교실을 운영하고 있어 주민들도 골프학습장을 이용하기도 한다.

4학년 마재은(11) 학생은 “골프가 낯선 운동이고 배우기 쉽진 않지만 학교에 골프 연습장이 있어 너무 좋다”며 “후배들도 많이 배워서 그 중에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골퍼가 탄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골프교실을 맡고 있는 유수영(43) 강사는 “도시에 있는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교육환경이지만 골프교실이라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면서 학생과 학부모 모두 만족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도시학교에도 없는 그 무엇이 우리에게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준급 실력을 가진 부모들도 이젠 적수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며 “기량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 만큼 잘만 가르치면 미래의 골프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영전초등학교는 11명의 교사들이 분야별로 아이들과 어울리며 희망을 키워 주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농촌지역의 특색에 맞게 통학용 버스와 택시 등 스쿨버스 4대를 운행하고 있다.

지승호 교장은 “도시학교에서도 배우기 어려운 운동 종목을 도입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며 “농촌지역 초등학교도 경쟁력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갖춘다면 도시학교들이 부러워하는 학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홍기자



 

▲ 사진설명지난 2012년 합천 영전초등학교에서 골프학습장 개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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