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요즘 시가 이렇게 어려워도 되나?
[경일칼럼]요즘 시가 이렇게 어려워도 되나?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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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청 (진주제일여고 교사)
요즘 문단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유통되는 시들은 해설 없이는 읽을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다. 아예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다. 어차피 시 독자가 별로 없으니 제 갈 길로 가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모호한 자기 내면의 스펙트럼을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문학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이것도 하나의 유행인지 너도나도 암호 같은 내면의 독백에 동참하니 시집 읽기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심지어 해설을 읽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는 시집도 이제 넘쳐나는 형국이다. 혹시 많은 시인들이 이것을 구습에서 탈피하기 위한 전위라고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시대에 뒤지지 않기 위해 너도나도 난해한 말의 향연을 펼치는 것일까.

괴테는 고전주의의 대가이면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다. 이 작품은 주지하다시피 낭만주의적 색채가 아주 강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러한 계열의 작품이 비단 이것 하나뿐겠는가. 무수한 새로운 작품들이 명멸했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유독 낭만주의의 선구적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운 인간의 가치에 대한 천착이 매우 치열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각 시대마다 다양한 시인이나 작가들이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예술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문제는 전위가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삶과 인간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전위예술들이 명멸하면서 새로움을 추구했지만 끝까지 전위로만 남아 있던 예술들은 독자들에게 외면받고 소리 없이 사라져 갔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전위를 위한 전위는 진정한 예술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위는 기존의 표현방식으로는 변화된 인간의 가치를 더 이상 추구할 수 없을 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간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새로운 표현방식을 추구하는 데서 나타나는 예술양식이다. 그래서 기존의 예술과는 다른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새로운 시대정신과 인간가치를 표현하기 위해서 새로운 표현과 양식을 추구할 때 전위는 예술로 전화된다. 정신과 인간에 대한 천착이 없이 새로움에만 몰두하는 것은 출구 없는 절망의 메아리에 불과하다. 이것은 비단 문학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하물며 이미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과 방식을 가지고 반복해서 희한한 제스처를 취한다고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시가 대중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이러한 형태의 시가 하나의 유행이 되고 있다. 분명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시도 변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새롭게 변하더라도 변할 수 없는 기본적인 전제가 있다. 표현의 새로움이나 다양성도 변화된 시대와 인간의 가치를 담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맹목적이고 무모한 전위는 전희에서 적당히 끝나야 한다. 아니, 핵심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끝까지 전희에만 매달리다가는 패가망신하기 십상이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80년대 독서계를 풍미했던 시가 독자들에게 외면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서점에서 시집 코너가 사라지는 현상을 과연 독자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하재청 (진주제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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