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정치에 휘둘려선 안된다
경제가 정치에 휘둘려선 안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3 09: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성공할 것인가. 이에 대해 아사이를 비롯한 일본 언론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장기침체에 빠져 있는 내수경기를 살리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 돈을 마구 풀어 엔화의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는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는 실패했다는 분석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발 빠른 무디스는 일본의 신용등급을 체코나 오만과 같은 등급인 A1으로 낮췄다. 지난 2년 간의 경기부양 정책의 실패를 의미한다. 주요 경제지표가 아베노믹스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9월까지의 무역수지 적자는 5조엔을 넘어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국가부채도 GDP의 두배를 넘어선 1000조엔을 상회하고 있다. 생산시설의 상당 부분이 해외로 빠져나가 엔저정책의 약효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줄을 잇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선택한 정치적 승부수가 중의원 해산이다. 바야흐로 일본은 지금 정치가 경제에 휘둘리고 있다.

장기불황은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도 저물가 저금리가 지속되고 내수는 일지 않아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은행 건전성은 세계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가경쟁력도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과는 달리 경제가 정치에 휘둘려 도대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인류는 언어를 가진 후부터 정치적 동물이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의 성찬으로 정치 만능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언론을 제4부라고 하지만 우리의 언론은 입법, 행정, 사법부보다 상위에 있는 듯한 느낌이다. 거칠 것이 없고 무소불위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메이저급 언론의 보도는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해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종편이 생긴 후 언론은 그 엄청난 힘으로 국민들을 ‘정치적 동물’로 길들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뉴스쇼에 할애, 정치평론가를 내세워 정치를 논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이 종편, 저 종편을 옮겨 다니며 같은 논조로 국민들을 세뇌하고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는 정치만이 있는 듯 뉴스의 비중은 정치에 편중되고 있다. 그밖의 뉴스는 팩트를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프로그램의 편성은 자유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다는 지적을 하는 것이다. 특히 정치뉴스의 경우 팩트 전달보다는 이면을 보도하고 정책을 소개하지는 않고 부작용이나 대립구조에 더 많은 비중을 싣고 있는 게 종편의 보도흐름이다. 창조경제를 비판하는데 국민들은 정작 창조경제의 내용은 모른 채 비판의 소리만 방송을 통해 듣는다. 초이노믹스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정윤회라는 재야의 인사에 대해 많은 뉴스시간을 할애해 국민의 의혹을 사고 있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할애할 만큼 실체가 있으며 중요한 일인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어느 종편이든 경제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문화든 경제든 종편에 오르면 정치적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 특히 종편도 이제는 균형감각을 가져야 한다. 우리에게는 정치만큼이나 문화나 사회, 경제, 그리고 첨단과학과 건강, 복지도 중요하다. 이러한 모든 문제가 정치에 가려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흔들려서는 안된다. 종편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언어를 앞세운 정치학을 계속해 국민을 정치적 동물로 길들이는 사이 우리의 경제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지 모른다. 적어도 경제가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