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논란,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해외연수논란, 결자해지의 자세가 필요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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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선 (진주시의원)
지방의회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선거 때만 해도 머리가 땅에 닿을까 싶을 정도로 허리를 굽히며 다니더니 선거가 끝나자 코빼기도 안 보인다는 시장 상인들의 푸념부터 밑도 끝도 없는 헐뜯기와 감정싸움만 벌어지는 의회의 몇몇 모습을 보고서 한숨부터 쉬는 주민들을 보면 현역 지방의원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하지만 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사준비로 하루에 몇 시간 자지도 않고 열정을 다해 임하는 의원들과 선거가 끝나고도 변함없이 주민들을 만나 어려운 점을 헤아리려 노력하는 의원들을 보면, 그래도 지금껏 진주시정이 한눈 팔지 않고 바른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사명감과 헌신성을 가지고 발로 뛰는 의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땀과 노력에도 여전히 지방의회를 향한 박수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진주시의회도 이러한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은데, 주민들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아직은 자리 잡지 못한 의회운영과 생산적인 토론이 부족한 모습에 적잖은 실망도 있다. 또 최근에 있었던 홍콩과 싱가포르 해외연수는 외유성 연수가 아니냐는 눈초리까지 적지 않다.

‘결자해지’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려 본다. 이 모든 논란은 그동안 주민들에게 신뢰받지 못했던 우리 정치인들의 탓임을 통감하고 주민들이 매를 들었을 때는 달게 맞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주민들의 우려와 불만을 불식시킬 방도를 찾아 실천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진주시는 2003년 2월, 경남 최초로 또 전국 세 번째로 ‘진주시의회의원 공무국외연수 및 출장규칙’을 마련해 박수를 받았던 좋은 기억이 있다. 관광과 낭비의 상징으로만 여겨지던 국외연수를 성과 있는 연수로 만들고, 그 성과를 고스란히 주민에게 돌려 주었던 곳이 바로 진주다. 진주시의회는 이같이 좋은 과거를 돌이켜 신뢰를 회복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먼저 국외연수에 대한 사전준비를 강화해야 한다. 2011년에 진주시의회는 미국 해외연수를 앞두고 전문 교수진을 초빙해 사전 세미나를 연 바 있다. 무엇을 보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미리 공부하고 준비했던 것이다. 또 다녀와서는 공개적인 연수보고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진주시의회의원 공무국외연수 및 출장규칙’ 제9조 제3항에는 연수를 다녀온 후 시민대상 보고회를 열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고, 전국에서 진주시의회가 유일하다. 공개적인 보고회를 의무화하면 겁이 나서라도 연수일정을 허투로 짤 수 없고 연수의 수준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최근 이것을 공무원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실시했던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는 공무원들이 긴장을 하게 되어 마감일까지 연수 신청자가 없어 곤란을 겪었을 정도다.

이번 진주시의회 해외연수 논란을 그저 지나가는 정도로만 여겨선 곤란하다. 과거 진주시가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던 것을 돌이켜보고 오늘에 맞게 더 진심으로 실천해야 할 때다. 시간이 지나면 주민들의 의혹과 염려는 잊힐지 모르지만 구멍 난 신뢰는 저절로 매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강길선 (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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