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김장 준비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김장 준비
  • 경남일보
  • 승인 2014.12.0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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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마지막인 12월로 달이 바뀌자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며 겨울 날씨로 돌변했다. 한동안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어 겨우살이 준비를 서둘지 않고 지내왔다. 기상청의 날씨예보에도 꿈쩍 않고 지내다가 갑자기 밀어닥친 차가운 북서풍을 맞고서야 화들짝 놀라 너도나도 김장부터 서두르며 겨울 날 채비에 나섰다.

우리의 김장문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된지도 일 년이 지났다. 한 때는 김치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 때문에 홀대를 받기도 했지만 건강에 유익하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며 세계인이 즐기는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몇 년 전 사스로 불리던 중증호흡기증후군이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할 때 김치를 먹으면 예방이 된다는 소문이 돌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우리민족과 함께 발전을 거듭해온 김치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 본다.

날씨가 추워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버지께서 배추를 뽑아왔다. 올해 배추는 세 번이나 모종을 사다 심어야 했다. 김장채소 심을 때가 되어 8월말 무는 씨앗을 뿌리고 배추는 모종을 사다 심었다. 지난해까지는 텃밭에 그냥 심어도 고라니 피해를 입지 않았었다. 그런데 올해는 배추모종을 심고 이틀이 지나자 한포기도 남기지 않고 고라니가 모조리 잘라 먹어버렸다. 다음날 다시 모종을 사다 심었으나 마찬가지로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할 수 없이 또 다시 배추모종을 심고는 울타리를 쳐서 고라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김장 준비가 끝나지 않아 날씨가 영하로 곤두박질 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뽑아 온 배추가 얼지 않도록 부직포로 덮어 두었다. 올해는 김장채소가 풍작이 되어 무 배추 값이 싸다고 한다. 시장에서 팔리는 김장채소 값을 보면 우리 집에 필요한 무와 배추는 세 번에 걸쳐 산 모종 값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다. 아무리 채소 값이 싸도 텃밭에 김장채소를 재배하는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배추를 키우면서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을 많이 배웠다.

무 배추 값이 형편없다고 아무렇게나 키운 것이 아니라 비쌀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이 농부는 모든 정성을 들여서 돌봐왔을 것이다. 최근 애지중지 자식처럼 키운 무 배추를 시장에 내다보지도 못하고 갈아엎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올해는 김장채소뿐만 아니라 모든 농산물 가격이 예년에 비해 형편없이 떨어져 농민들이 애를 태운 한 해였다. 최근 저온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단감 수천 상자를 논에 버리는 안타까운 보도도 있었다. 최근 세계 여러 나라와 FTA협상이 체결되면서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이 더 떨어질까 불안해하는 것 같다. 어떠한 경우라도 농민들이 터전을 지키며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농사 준비를 해야 할 때다. 마을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퇴비를 가득 실은 차가 드나든다. 올해는 농사를 지어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내년에 희망을 걸고 준비하는 것이다. 퇴비를 옮기는 일뿐만 아니라 서둘러 가지치기에 나서기도 한다.

매실나무에 깍지벌레가 극성을 부린다고 기계유를 뿌렸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걱정이 되어 매실과수원으로 올라가 나무를 살펴보니 다행히 우리 밭에는 깍지벌레가 보이지 않았다. 매실나무는 일찍부터 꽃눈이 움직이기 때문에 기계유는 12월15일 이전에 뿌려야 한다고 했다. 매실과수원으로 나선 김에 나무도 자세히 살펴볼 겸 가지치기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며 매실나무가지에 매달려 있었던 잎도 모두 사라져 가지치기를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매실은 다른 나무보다 서둘러 가지치기도 마쳐야 한다. 추위가 더 심해지기 전에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주말에 관수시설을 하기 위하여 주문했던 자재들이 도착했다. 물을 저장할 물탱크가 커 운반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어렵지 않게 과수원 꼭대기까지 실어 옮겼다. 길이 좁아 일부 과수원 사이를 지날 때 어려움도 있었지만 수확을 마친 때라 가능한 일이었다. 물탱크를 제자리에 옮기고 지하수와 연결된 수도관을 이은 후 물이 잘 올라오고 새는 곳은 없는지 점검까지 마쳤다. 이제 과수원 곳곳으로 물을 공급할 급수관을 연결하는 일이 남았다./시민기자·정찬효



 
물탱크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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