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김해장>
시간이 멈춰선 5일장의 하루 <김해장>
  • 박준언
  • 승인 2014.11.27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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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시대로 거슬러 오르는 오래된 국제시장
 
김해 5일장
김해 5일장
지금으로부터 약 1500여년 전, 여러 척의 배가 각 나라의 희귀한 물건들을 실고 금관가야, 지금의 김해로 모여들었다. 베트남에서 생산된 곡식을 비롯해 멀리 페르시아에서 구운 도자기까지 다양하고 진귀한 물건들이 가야에서 거래됐다.

당시 금관가야는 낙동강을 따라 우리나라 내륙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던 곳으로 각국의 상선과 상인들이 모여드는 국제 무역항이었다. 그렇게 1500년이 넘는 역사의 명맥을 이어온 장이 바로 ‘김해 5일장’이다.

우리나라 재래시장 중 왕의 정원에서 열리는 곳이 있을까? ‘김해 5일장’은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 왕의 능(陵) 앞에서 장이 선다.

김해시 서상동 일대에서 2일과 7일마다 장이 서는 김해 5일장은 현대적 건물과 각종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재미난 장면을 만들어 낸다.

국제무역이 이루어지던 장답게 주말이면 부산·경남의 외국인들로 북적거린다. 김해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안산 다음으로 많고 다문화 가정도 경남에서 많은 곳 중 한 곳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는 동남아를 비롯한 각국의 음식과 재료들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간판만 본다면 베트남이나 태국에 와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곳에서 10년째 옷가게를 운영한다는 김지선(51·여) 씨는 “우리 가게는 일본에서 수입한 싼 구제옷을 판매하고 있다. 주말이면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 많이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해 5일장
김해 5일장
김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대표적 곡창지대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낙동강을 끼고 있어 사시사철 땅이 기름지고 대동면, 한림면, 생림면, 진영 등지에서 생산된 각종 농산물은 우리나라를 넘어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김해 5일장에서는 이 싱싱하고 우수한 농산물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부추, 토마토, 단감 등 방금 수확한 것 같은 푸른 채소에서 싱싱한 수산물에 이르기까지 지역에서 생산된 각종 물건들은 장을 찾은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고 지갑을 열게 한다.

김해 삼방동에서 왔다는 신형진(67)씨 부부는 “매주 장마다 이곳을 찾는다. 현대적인 것이 편리하다지만 재래시장은 사람 사는 정이 느껴져서 좋다. 옛 생각도 나고 마음이 여유로워져 참 좋다”고 말했다.

어느 재래시장인들 그러하지 않을까. 보따리 한 장 펴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장이 서고 부르는 게 값이고 덤으로 주는 건 정이라. 억척같은 인생 길 자식 바라보며 이겨낸 부모들의 이야기가 유독 많은 곳도 장이다.



 
김해 5일장


비닐 한 장 치고 국밥을 팔다 이제는 어엿한 내 건물에서 국밥을 팔고 있다는 김은임(62·여)씨는 이제 김해 5일장의 터줏대감이다.

“처음에는 정말이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특히 비오는 날이면 장작불이 다 꺼져 국밥을 팔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눈 팔지 않고 악착같이 살다보니 이렇게 비는 피할 수 있게 됐다”며 웃었다.

바로 옆에서 뻥튀기 장사를 하고 있는 이경진(34)씨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이 장사를 하고 있다. 젊은 사람이 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의 정신은 무척 야물었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고생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일찍 철이 들었다. 보기는 이래도 단골손님도 많고 수입도 꽤 괜찮다”고 말했다.

물건 많고 정 많은 사람 넘치는 김해 5일장. 그런데 김해 5일장은 다른 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장 주변에 위치한 다양한 관광지들이다.

바로 앞에 김수로 왕릉이 있고 차로 5분 거리에 그의 부인인 허 왕후 능이 있다. 또 가로수 길을 따라 200여m만 걸으면 대성동 고분군 박물관과 발굴지가 잘 꾸며져 있다.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봉황동 유적지와 국립김해박물관을 둘러볼 수 있다. 모두 무료다.



 
김해 5일장
김해 5일장
<김해 5일장 주변 볼거리>

◇수로왕릉=사적 제73호. 김해시 서상동에 있는 금관가야의 시조능. 원형봉토분으로 봉분의 높이는 약 5m에 이른다. 봉분 앞에는 인도 아유타국 용왕을 표시하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채색된 신어문양의 납릉정문(納陵正門)이 볼 만하다.

◇봉황동 유적=사적 제2호. 철기시대 초기의 것으로 높이가 7m, 동서의 길이 약 130m, 남북의 너비 약 30m의 낮은 언덕 위에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는 가야시대 낙동강 범람을 피하기 위한 고상가옥이 전시돼 있다.

◇국립김해박물관=국립김해박물관은 고대국가의 하나인 가야(加耶)의 문화유산을 집대성하기 위해 1998년 7월 29일 개관했다. 부산·경남지역 선사시대의 문화상과 가야의 성장 기반이 된 변한(弁韓)의 문화유산을 전시하고 있으며, 다른 박물관들과 달리 고고학 중심 전문박물관으로 특성화돼 있다.

◇대성동 고분 박물관=금관가야 최고지배층들의 무덤유적인 대성동 고분군에서 발굴된 유물과 자료들을 전시함으로써 제4의 고대국가인 금관가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03년 8월 개관했다. 주전시관의 외형은 남성상을 표현한 국립김해박물관에 대비되게 여성상을 표상으로 했고, 기획전시관은 가야여성의 대표상인 수로왕비 허 황옥의 신행길을 참고해 파도모양으로 형상화했다.

이외에도 주변에 가락국의 다양한 유적과 연지공원. 가야의 거리 등 둘러볼 만한 장소가 많다.

박준언기자





 
김해 5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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