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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07>덕룡산몸으로 오른 설산에서 느낀 생의 감동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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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2  22: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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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가 익어 홍미래가 돼버렸고 그 위에 눈이 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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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룡산은 전남 강진군 도암면에 있는 산이다. 정약용의 처소 다산초당이 있는 만덕산과 쌍벽을 이룬다. 인근 대륜산도 강진이 자랑하는 도립공원이다.

높이 432m에 불과하지만 뾰족뾰족한 바위와 험준한 암릉으로 돼 있어 설악의 용아릉이나 공룡능선에 비교하기도 한다. 설악의 비경처럼 아름답고 웅장한 산세에다 바다 쪽의 강진만, 반대편의 봉황호수를 관망하며 걷는 묘미가 있다.

하지만 골산의 거친 산세로 산악사고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실제 지난해 산악사고가 발생해 119구조헬기가 두 차례나 출동했다. 특히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면 바윗길이 미끄럽기 때문에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이날 강진을 비롯한 전남 일대에 눈 폭탄이 쏟아져 위험을 무릅쓰고 산행하는 고통이 따랐다. 때문에 어린이나 노약자는 덕룡산 산행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우리고장 통영의 사량도 지리산과 비슷한 형세를 갖고 있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정상에서는 인근 대륜산을 비롯해 영암 월출산, 수인산, 제암산, 천관산, 해남 두륜산의 백운봉까지 조망된다.

▲산행은 소석문골(55번도로 봉황로)→반아치형 무지개 교량(정자)→암릉지대→석문→동봉→서봉→헬기장→갈림길→수양마을. 산행시간은 보통 약 5시간이 걸리지만 이날은 폭설 때문에 6시간이 소요됐다.

▲오전 9시 40분, 산행 입구는 도암면사무소에서 차량을 이용해 도암초등학교와 도암중학교 사이로 난 봉황로를 따라 올라 1.5km지점에 있다.

들머리는 소석문골 봉황로 상 갓길 공터로 화장실과 정자가 있다. 등산로는 아치형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전날 내린 눈으로 온 산이 하얗게 덮여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그리 나쁘지 않아 눈 때문에 고생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른 아침, 이 산을 처음으로 깨우고 지난 산행객의 흔적이 있었다. 등산로를 향해 뻗은 나뭇가지가 이고 있던 눈을 떨궈 뒷덜미를 파고들 때면 정신이 든다.

앞에는 어느새 경사가 큰 암반이 닥치고 주변에는 바닷가 특유의 날카로운 암석과 쇠창살 같은 바위가 하늘을 향해 곧추선다. 등산로에 설치돼 있는 로프는 눈과 함께 동태처럼 얼어붙어 장갑 없이는 이를 잡고 오르기가 곤란할 지경이다. 로프가 없는 지대는 양발, 양팔까지 이용해 기어올라야 한다.

오전 10시 22분, 날카로운 암릉지대에 올라선다. 차가운 날씨에 햇살이 퍼지지 않은 아침 시간, 밤새 내린 하얀 눈에 파묻혀 있는 도암면 소재지의 가옥들이 고립된 섬같다. 산기슭에 기댄 성자마을은 굴뚝에 연기 하나 피어오르지 않는 침묵에 잠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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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진 바위 위로 등산로가 나 있다. 의지할 곳은 얼어붙은 로프뿐이다. 준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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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공룡능선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지나온 길에는 석문산, 만덕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펼쳐진다. 만덕산이 품은 백련사는 1430년 조선 초기 효령대군이 왕위를 동생 세종에게 넘기고 들어와 8년 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조선 후기 때에는 학자승 혜장이 살았으며, 당시 그는 인근 다산초당에서 유배생활을 하고 있던 정약용과 교류했다.

후세사람들은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잇는 800m 오솔길을 실학과 불교의 만남이라며 ‘다산의 길’로 이름 지었다.

강한 태양빛을 반사하는 강진만이 만덕산 방향 내륙 깊이 들어와 있다. 해안을 따라 드넓은 들녘이 펼쳐지고 그 사이에 도암천 물이 거대한 뱀의 동선처럼 바다로 향한다.

오전 11시 35분, 고도를 높일수록 눈은 더 많이 쌓여 있고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멀리 조망되는 덕룡산은 모자처럼 눈구름을 쓰고 있다. 정상을 기준으로 아래에는 평온한 날씨, 산 위는 세찬 눈구름과 바람이 휘몰아치는 두가지의 날씨가 교차한다.

바위를 부둥켜안고 겨우 돌아서면 경사 큰 암반이 가로막고, 기어서 넘어서면 허광한 낭떠러지다. 아찔함을 무릅쓰고 뛰어내리거나 엉덩이를 땅에 끌고 앉으면 이번에는 좁은 석문이 나와 바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꿈틀거리는 산세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따르다 보면 비로소 진정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낮 12시 10분, 갈림길에 도착한다. 강진만 방향으로 자연동굴을 거쳐 선등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산 아래 사람들은 자연동굴을 용혈(龍穴)이라고 부른다. 천장에 난 구멍을 용이 승천한 흔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자연동굴에서 1km 정도 더 내려가면 만덕광업이 있다. 골재를 생산하는 회사로 주변에 폐광된 갱도가 있다. 한때 지역 정치인이 용혈과 갱도를 연계시켜 관광지로 조성하려던 움직임이 있었다.

덕룡산 동봉(420m)에 도착한다. 궂은 날씨로 조망은 별로 없고 현무암으로 된 작은 비석이 하나 서 있을 뿐이다. 동봉을 벗어나 곧바로 좁은 바위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이번에는 이 산 최상급의 암릉길 덕룡산 주봉 서봉으로 가는 길이다. 죽순처럼 하늘로 치솟은 바위 속을 더듬어 올라서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으로 산허리를 우회해 뒤편에서 오르는 길과 정면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두가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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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에 파묻힌 덕룡산, 바위를 비집고 올라야하는 위험한 산이다.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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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 막아서는 비럭 뒤 높은 곳에 숨은 듯이 살짝 보이는 봉우리가 서봉이다. 목에서 덜렁거리는 카메라와 치렁치렁한 배낭끈, 느슨한 등산화 끈도 조이고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발을 옮겨 디딜 만한 돌부리가 별로 없고 높은 탓에 발이 닿지 않아 오르는 것이 녹록지 않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안개에다 눈발까지 세져 시야가 흐려진다.

동봉에서 출발한지 20분 만에 덕룡산 최고봉 서봉(432.9m)에 도착한다. 강하면서도 불규칙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몸을 가눌 수 없게 한다. 산 아래와는 차원이 다른 바닷바람이다.

우회해서 뒤편에서 오르는 길 역시 만만치 않다. 서봉에서 아래로 굽어보니 앞서 간 일행이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데 서봉 산행을 포기하고 벌써 하산 길에 접어들었다.

낮 12시 55분, 서봉에서 고도를 급격하게 낮춰 헬기장을 지나고 두세 개의 비럭 같은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

늦은 점심, 쏟아지는 눈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눈에 젖은 음식을 먹는 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눈물겹기도 하고 감동이 되기도 한다. 젖은 김에다가 초고추장 찍은 과메기 한점 얹고 마늘쪽과 잘게 썬 파를 곁들이면 어느새 그 위에 눈이 쌓인다. 눈과 함께 먹는 쌈은 감동이다.

오후가 되면서 등산화와 장갑은 눈 때문에 모두 젖어 버렸다. 겨울산행에선 고기능의 등산화와 여벌의 장갑 등 겨울장비를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오후 2시 33분, ‘양란재배장 4.19km’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수양마을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등산객 외에는 발길이 많지 않은 이 구간에는 이파리를 떨어낸 칡넝쿨과 다래넝쿨이 휘감기고 뒤엉켜 원시의 숲 같다.

오후 3시 48분, 담 너머 동백꽃이 피어 있는 수양마을에 닿으면 산행이 끝난다. 큰 한숨이 나오는 위험한 산행, 하늘은 구멍이 났는지 그때까지 탁구공만한 눈송이가 계속 떨어졌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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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면 성자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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