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에서 보급까지 '한국 와송의 대부'
재배에서 보급까지 '한국 와송의 대부'
  • 박성민
  • 승인 2014.12.1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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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희 와송촌 대부
고즈넉한 고택 기와지방. 비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 생채기가 났지만 이내 자그마한 씨앗이 둥지를 튼다.

홈이 파이고 먼지가 쌓인 곳에 터를 잡은 씨앗은 그렇게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그들만의 세상을 피워냈다. 하루종일 내리쬐는 햇볕도 몇날며칠 이어지는 가뭄이 이어졌지만 소나무를 닮은 푸른 생명력을 꺾진 못한다.

기와 한귀퉁이에 쓸모없게 보이던 이끼가 세간의 주목받고 있다. 탁월한 항암효과로 알려진 ‘와송’(瓦松). 세상에 나가길 부끄러워 하던 이 식물은 드라마 대장금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극중에서 복량(지금의 복강 내종양)을 고치는 약재로 쓰이면서 더욱 각광을 받았다. 드라마에서 와송이 모습을 드러내자 ‘와송촌’ 이태희(50) 대표 전화에도 불이 나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모종을 구하기 위해 농업인들이 농장을 방문했고 고객은 물론 교수들이 효능과 재배방법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 한국와송의 역사를 개척한 이태희 와송촌 대표. 그의 20년 와송인생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 이태희 와송촌농원 대표는 한 스님의 도움을 받아 기와를 흙에다 깔고 와송재배를 시도하는 등 국내 와송재배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이어왔다. 사진은 이 대표가 100년 이상되 기와를 구해 실험적으로 재배하는 모습. /사진=와송촌 농원


◇ 사천땅에 뿌리내리다

사천시 정동면 와송촌. 전국최초 와송 대량재배의 싹을 틔운 이 대표는 한국와송의 대부로 불린다.

경기, 충청, 전남, 제주 등 전국 와송농가 60%는 그의 모종을 가져다 싹을 틔운 자식 농장이다. 나머지 40%는 자식 농장에서 또다시 모종을 가져 갔으니 손자 농장이다. 지금은 와송전문가로 불리지만 그가 처음부터 농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20대 젊은시절 처남의 갑작스러운 암투병이 계기가 됐다.

병마와 싸우던 처남은 와송복용 후 거짓말처럼 효과를 봤고 이 대표 자신도 고질적인 위·십이지장궤양을 씻은듯이 치유됐다. 와송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이렇게 좋은 와송이 왜 대량재배를 하지 않을까. 왜 오래된 기와에서만 자랄까.”

의문을 풀기위한 도전이 시작됐다. 고문서를 뒤지고 여러 책자를 통해 와송의 신비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섰다. 약재상에서도 구하기 힘들고 재배방법도 알려진 바가 없었지만 하나씩 자료를 축적했다.

그는 “와송은 키우는데 어려운 식물은 아니지만 그에 맞는 토질과 일조량이 풍부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와도 일반기와가 아닌 100년이상 된 기와에서 자란다”며 “고택의 기와를 구해와 땅위에 펼쳐놓고 재배실험도 해봤다. 지금은 토양에서 간단히 키울 수 있지만 최적의 재배환경을 알아내기 위해 오랜기간 시행착오를 거쳤다”고 전했다. 결국 이 대표는 주위의 도움으로 유리온실에서 대량재배에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고 현재 3305㎡(1000평)농원 규모를 갖추게 됐다.


 
▲ 이태희 와송촌농원 대표는 한 스님의 도움을 받아 기와를 흙에다 깔고 와송재배를 시도하는 등 국내 와송재배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이어왔다. 사진은 이 대표가 100년 이상되 기와를 구해 실험적으로 재배하는 모습. /사진=와송촌 농원


◇ 약효·음식, 두마리 토끼 잡은 와송

봄철 다년생 식물인 와송은 3월께 파종에 들어가 8월에 가장 푸른빛을 자랑하고 9월에 꽃을 맺는다.

그해 자라는 것들이 수확되고 꽃대를 세우지 못한 와송이 죽은 듯이 말라있다 다음해 2년생 와송으로 다시 살아난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흑와송, 연와송, 3년생, 자연산 등의 이름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넘쳐난다.

특히 그는 일부 판매자들이 3년생 이상 와송이라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와송은 그해 자라지 못하고 이듬해에 자라는 2년생까지 존재하는데 2년생 모체에서 나오는 새끼가 있다. 이것은 1년생 와송으로 2년생 모체가 꽃을 피운 후 죽고 새끼가 자라지 못하면서 겨울철 동면하다가 이듬해 자란다. 곧 또다른 2년생 와송일 뿐 3년생이 아닌 셈이다.

와송은 예로부터 습진, 화상 혈액을 맑게 하고 악성종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해독작용이 뛰어나 상처치료와 숙취해소에 좋다. 와송은 뿌리에도 약효는 있지만 미세한 독성성분이 있기때문에 반드시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 장기간 복용은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3개월이상 복용하면 한 달 정도 쉬는 것이 좋다.

와송이 약재로도 효능을 발휘하지만 일반식품과의 궁합도 빼놓을 수 없다. 생와송에 요구르트를 넣어 갈아 마시거나 바짝 말려 차로 마셔도 일품이다. 전통주 방식으로 담궈 마시기도하고 환과 가루, 비누형태로 가공돼 판매되기도 한다.

이 대표는 “한국생명공학연구소, 순천대, 경상대와 교류를 가지면서 와송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했다”며 “앞으로는 발효식품인 된장, 간장, 고추장과 접목시켜 장류사업을 겸하면 더욱 발전된 가공식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 이태희 와송촌농원 대표는 한 스님의 도움을 받아 기와를 흙에다 깔고 와송재배를 시도하는 등 국내 와송재배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이어왔다./사진=와송촌 농원


◇ 와송테마파크와 미래로…

이처럼 약효가 뛰어나지만 와송이 대중화 된 것은 불과 4~5년전이다.

지금이야 와송추출물과 환, 와송비누,생와송 등 다양한 가공품이 나오지만 그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식약처 허가의 벽은 높았다. 와송이 식품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가공품을 생산할 수도 없었다. 검증되지 않은 식물이라는 이유다.

그는 안전성과 효능이 담긴 각종 연구자료를 들고 계속 노크를 했다. 결국 그의 끈질긴 노력끝에 최근 식약처로부터 식품으로 인정받아 와송농가의 가공생산의 길이 공식적으로 열리게 됐다.

그는 10여년 전 타 지자체로부터 스카웃 제의를 받기도 했다. 재배시설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에 마음도 흔들렸다. 하지만 고향에서 먼저 성공한 후에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거절했다.

이 대표의 향후 목표는 ‘와송테마파크’ 조성이다. 와송을 주제로 먹고, 즐기고, 체험이 가능한 원스톱 테마파크다. 그는 “아토피에 효과가 있는 와송스파를 비롯해 어린이와 어르신들의 위한 와송아이스크림 등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다”며 “2만평(6만6115㎡) 규모로 와송테마파크를 만들어 고향인 이곳에 관광명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효과를 봤다고 고객이 전화를 주실때 이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20년 노하우를 발판삼아 와송재배는 물론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민기자 smworld17@gnnews.co.kr

 
사천의 와송촌 이태희 대표는 한국와송의 대량재배를 가능하게 한 선구자다. 20여년 년 와송의 효능을 체험한 뒤 재배에 올인했다. 당시 재배방법이 알려지지 않아 숱한 시행착오끝에 재배환경을 찾아냈다. 그가 분양한 와송이 전국으로 퍼져 대중화됐다. 최근에는 식약처로부터 식품허가까지 받아내기도 한 그는 ‘한국와송의 대부’로 불린다.
▲ 와송은 한국과 중국, 일본에 분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예로부터 약재로 사용돼 왔다. 국내와송은 이태희 와송촌 대표가 대량재배법을 개발하면서 보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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