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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내년을 준비할 시기월동, 한파 속 내년 농사 대비하는 일 중요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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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4  21: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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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내리고 모처럼 겨울다운 찬바람이 불었던 한 주였다. 월요일 새벽에 내린 눈 때문에 교통이 마비되어 큰 혼란을 겪기도 했다. 눈이 쌓이자 곳곳에 길이 막혀 차량을 운행할 수 없게 된 곳이 많았다. 평소 눈길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데다 월동장비까지 챙기지 않았으니 경사진 도로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빠르게 기온이 올라가면서 길이 얼지 않아 오전 중에 막혔던 도로가 뚫린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올해는 윤 9월이 들어 시절이 늦다고들 한다. 과학적으로 설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음력으로는 아직도 10월이니 달을 짚어 보면 여유를 가질 만도 하다. 음력 10월 달에 지내는 시제를 주초에 지내고 왔다. 달력을 찾아보니 지난해보다 20일이나 늦었다. 시제 모시는 날을 정해 놓고 지내다보니 직장생활을 할 때는 주말에 걸리지 않으면 참석할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직장을 퇴직한 지난해부터는 주 중에 시제를 모셔도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는 아침에 내린 눈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문중 어른들을 뵙고 집안 소식을 듣는 뜻 깊은 날을 보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김장을 담그는 손길이 바빠졌다. 이웃에서 김장을 했다며 갓 치댄 생김치를 보내와 맛있게 먹기도 했다. 아내는 이웃에서 김장을 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지난 주말에는 메주를 쑨다더니 콩을 떡집에 보냈다. 돈은 들지만 더 잘 쑤고 편리하다는 것이다. 떡집에서 떡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가 있을 때는 밥도 쪄오고 메주콩도 쑤게 되었다.

메주콩을 떡집에 맡기고 한 시름 놓게 된 아내는 본격적으로 김장준비를 시작했다. 배추는 기온이 떨어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주말에 뽑아 쌓아 두었다. 배추를 소금에 절이기 전에 고춧가루를 빻고 마늘도 까고 젓갈도 다렸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배추를 반으로 잘라 소금에 절여 하룻밤을 재웠다. 지난해까지는 김장을 할 때 이웃과 함께 했으나 올해는 김장하는 양도 얼마 되지 않는다며 혼자서 해보겠다고 했다. 김장을 하는 양을 줄이니 추운 마당에서 할 필요가 없어 집안에 들이니 더 편했다고 한다. 담근 김치는 모두 김치 통에 담아 바로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김장한 김치 보관이 끝나자 긴장도 풀린 듯 아내는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울상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양이 적을 때나 많을 때나 김치 담그는 일은 힘든가 보다.

과수원 관수시설은 벌써 열흘 넘게 계속하고 있다. 요즘은 해가 짧고 날씨가 춥다보니 일하는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급수관을 연결할 때도 언관을 녹여가며 이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자재를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부족한 것이 많아 자주 산을 오르내리고 시내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굴삭기가 필요한 급수관을 묻고 배관을 매달 파이프 설치는 끝났다. 이제 잔손질이 많이 가는 물을 나무에 뿌리는 시설을 매다는 일만 남았다. 멀리서 보아도 파이프가 세워지고 물이 흐를 관이 매달리자 일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일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하여 물 뿌리는 창치를 연결하는 일은 집에서 만들어 가기로 했다. 주말 한파가 밀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따뜻한 실내에서 작업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모두가 플라스틱 제품이라 먼지 걱정이 없어 마루에서 일하는데 불편함도 없었다. 더 편한 것은 연결 부위를 쉽게 끼울 수 있도록 물을 데워 담갔다 꺼내는 일을 반복했지만 빨리 식지 않아 좋았다. 다행이 여러 부속을 연결하는 작업을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하루 만에 마쳤다. 날씨만 좋으면 다음 주면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연말이 가까워 오자 마무리해야 할 일들을 많다. 그동안 외상으로 필요할 때마다 사다 쓴 농약과 포장재 등 농자재 대금을 갚아야 했다. 농협에서는 외상 기일이 이달 15일까지니 기간을 넘기면 연체가 되니 기일을 지켜달라고 알려왔다. 그동안 주문한 거래 건수가 많지 않고 금액도 크지 않아 잠깐 다녀오는 것으로 정산을 마쳤다. 외상대금 정산을 끝내고 돌아서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제대로 된 농사를 지어보지도 못했는데 한해가 다가고 있는 것 같아서다.

정찬효·시민기자

 
급수관작업
과수원 관수시설중 급수관을 연결할 때는 언관을 녹여가며 이어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사전에 자재를 철저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부족한 것이 많아 자주 산을 오르내리고 시내로 나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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