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농업을 지켜야 하는 이유
쌀 농업을 지켜야 하는 이유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5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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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정부는 2015년 1월 1일부터 513%의 관세로 쌀시장을 전면 개방하기로 했다. 쌀시장 개방은 여러 면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개방을 하더라도 쌀 농업만은 국내 투자확대를 통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당위성이 있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대부분의 농가들이 쌀 생산을 지속하는 것은 영농작업이 비교적 기계화되어 있어 최소한의 고정비는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쌀 생산농가의 실질소득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게 되고 고정비마저도 건지지 못하는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 규모가 비교적 큰 농가로부터 아예 생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이 쌀 소비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결국 우리 쌀 농업은 점차 위축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쌀을 지켜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쌀은 우리 민족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 한민족이 거주하고 있는 중국의 동북3성, 만주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어김없이 벼농사를 짓고 있는 풍경을 보게 된다. 왜 우리 민족은 이역만리 먼 나라 만주벌판에까지 가서도 벼농사를 짓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우리 민족은 어느 지역에 살든지 벼농사를 지으며 ‘쌀’을 먹고 살아가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식생활의 다양화로 옛날보다 1인당 쌀 소비량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쌀밥이 없는 우리의 식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우리가 먹는 쌀의 품종이 단립종(자포니카 타입)으로 생산과 소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쌀 품종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둥글둥글하고 윤기가 흐르는 단립종이 있고, 다른 하나는 길쭉길쭉하고 푸석푸석한 장립종(인디카 타입)이 있다. 지구상에서 단립종의 쌀을 생산하여 주식으로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다. 전 세계의 쌀 교역량도 단립종은 3~5%에 불과하다. 만약 우리의 쌀농사 생산기반이 완전히 무너진다면 우리 국민들이 1년간 소비하는 쌀 약 400만t을 수입해야 한다. 그런데 미국, 호주, 중국 등 외국에서 수입해 올 수 있는 단립종 쌀은 통틀어야 200만t 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단립종 쌀의 생산기반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이것은 필요하다고 언제든지 국제시장에 나아가 사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22.8% 정도이며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2.0%도 안된다. 쌀 자급률마저도 2013년에는 86%대로 떨어지고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쌀은 우리 농업과 농촌지역 공동체의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중요한 품목이기 때문이다. 쌀 농업은 대부분의 농가들이 참여하고 농촌지역 공동체 유지에 크게 기여하는 중요한 농사이다. 또한 쌀에서 얻는 소득이 농업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곡창지대의 경우 거의 쌀에서 소득을 얻고 있어 농가소득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작물이다.

네 번째 이유는 쌀 농업은 국토의 정원사로서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공기를 정화시켜 주고, 토양의 유실을 방지하며 수질을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쌀 농업이 존재함으로써 농촌이라는 지역사회가 유지되고 있으며, 우리의 전통과 문화가 숨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능을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기능 또는 다원적 기능이라 하며 국제사회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선진국들이 그러하듯 쌀 농업의 중요성과 그 역할을 새롭게 인식하고,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할 가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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