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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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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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두상 (진주중앙중학교 교사)
제두상

차가운 날씨에 노란빛이 감도는 향기 나는 열매가 있다. 그 열매의 은은한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지면 한 해가 저물어 감을 느끼게 된다. 방안 가득 퍼지는 모과의 향기는 자극성이 강한 향이 아니라 은은하여 심신이 안정된다. 모과의 향기 속에서 가수 노사연의 ‘만남’ 선율에 빠져든다. ‘♪♬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만남’이란 노래를 들으면 떠오르는 분이 있다. 얕은 곳이나 깊게 파인 웅덩이도 모두 감싸 휘돌아가는 물같은 분이라고 할까. 말과 행동이 담백하면서도 꾸밈이 없어 잘 우려낸 녹차 한 잔처럼, 그윽한 향기를 남기는 사람이다. 업무에서도 부족함이 있을 때는 용기를 주고 배려해 줌에 가슴 따뜻함을 느끼게 된다. 그분의 말에는 세상을 부드럽고 여유롭게, 남을 배려하며 살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담겨 있다.

논어에 ‘길이 멀어야 말(馬)의 힘을 알고, 세월이 지나야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했다. 3년간의 시간을 함께하면서 처음과 끝이 한결같은 그의 배려와 이해심에 감사함이 자리 잡는다. ‘인연이란/마음 밭에서 씨 뿌리는 것과 같아서/그 씨앗에서 새로운 움이 트고/잎이 펼쳐진다. /인연이란/이렇듯 미묘한 얽힘이다.’ 법정 스님의 이 시를 읽으면서 인연이라는 나무를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지를 생각해 보기도 한다.

불교에서는 칠천 겁은 족히 넘어야 인연이 된다고 하는데, 그만큼 인연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말일 게다. 소중한 인연으로 여유로운 마음이 흐르고 그 흐름을 타고 기쁨이 자기 속에 흘러들어와 머무를 때 다른 누군가로부터 받은 상처가 치유되어 자신의 삶이 달라진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복원 교장선생님을 만난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좋은 인연은 삶의 동력이 되어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발걸음을 옮겨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이 되어 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좋은 인연으로 만나 변함없이 소통한다면 삶이 얼마나 풍요로울까.

거세게 내리는 비에 옷은 한순간 흠뻑 젖어버리지만 좋은 사람과의 인연은 안개와 이슬비처럼 촉촉하게 스미리라. 

제두상 (진주중앙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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