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사회와 경남의 미래
지식사회와 경남의 미래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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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올 하반기에는 지식과 관련된 일들이 우리들을 긴장시켰다. 9월에 삼성전자가 평택에 약 16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고, 연이어 10월에는 LG전자가 서울 강서구 마곡산단에 4조원을 들여 연구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겉으로는 삼성이 LG에 비해 4배가량 많이 투자하지만 지식의 향배, 즉 지식인의 움직임을 통해 본다면 그 결과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필자가 지난 10년 이상을 지식 향배와 관련해 추적해본 결과, 금번 두 대기업의 발표와 관련된 막연한 상념이 현실화되는구나 하고 스스로 놀라기도 했다.

도내에는 지난 5년 전부터 수백 명에 달하는 창원 삼성테크윈 기술인력이 수도권으로 이전을 필두로 2010년에는 거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2012년에는 창원의 현대위아 등이 기술인력을 서울로 이전해 가버렸다. 경남이 보유한 1000여 명이 넘는 석·박사급 내지 명장·명인과 같은 첨단기술인력 유출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지식시대에 지식경영의 내면을 보게 된 것이다. 15년 전쯤 IMF를 겪던 무렵에 지식 향배에 관한 글을 접했던 기억이 있다. ‘지식이란 밸리(계곡)에서 싹을 틔워 다운타운(맨하탄, 도심)에서 꽃을 피운다’는 글귀였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던 폴 크루그만 미국 MIT대 교수가 썼던 ‘우울한 경제학자의 유쾌한 에세이’의 말미에서 했던 말이다.

그것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오래 머문 이유는 그날 이후로 우리나라도 지식이 지속적으로 수도권으로 쏠렸던 것을 목격했고, 그래서 필자는 나름대로 우리나라 지식의 남방한계선은 ‘경기도 판교 정도이겠구나’하고 생각해 왔던 터였다. 그런데 최근 5년 새 경남도내 첨단기술인의 쓰나미 파동을 보면서, 또한 지식사회에 지역의 지식기반이 맥없이 허물어지는 현실을 직시하면서 경남의 미래, 국가균형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고 한숨을 토해야만 했다. 지식사회를 영위하려면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첨단기술인이 머물고 일할 수 있는 토양(교육, 주거, 문화 등)을 가꾸어야 한다. 그러면서 지식의 탄생에서 성장과 활용 및 전이와 진보를 위한 지식생태계를 굳건하게 지탱하게 해야 한다. 지식사용자와 지역민은 기술융복합의 기회를 부여하고 적극 장려해 가면서 지역인재를 키워야 한다.

평택과 마곡은 인천공항과 1시간, 인천항과 평택·당진항과도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입지한다. 기업의 눈은 세계와의 접근성을 본 것이다. 그러나 종사할 지식인들의 마음은 괴리가 클 수 있다. 평택은 마곡에 비해 주거지인 서울과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역의 첨단기술인을 서울로 이전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기술융복합 환경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우리 경남이 대비하고 갖추어 나가야 한다. 보편적이고 형식적이며 사전적·법전적 지식은 더 이상 지식이 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미국의 한 미래연구가에 의하면 미래의 가장 큰 적은 절망과 함께 기술진보라고. 그 말은 곧 첨단지식에 의한 기술진보는 인간성과 일자리의 상실, 기회 불균등, 소득과 인간의 마음까지도 극한 차별에 시달리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렇지만 기술진보는 ‘해도(海圖)에도 나타나지 않는 바다(uncharted sea)’처럼 무한한 가능성과 도전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여기는 우리나라 경남이다. 외면하다간 세계 속의 미아가 되기 십상이다. 도내에 지식을 채우고 첨단 신기술로 장착할 수 있도록 백방의 노력이 요구되는 바이다.

 
송부용 (경남발전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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