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里馬常有 白樂不常有〔천리마상유 백락불상유〕
千里馬常有 白樂不常有〔천리마상유 백락불상유〕
  • 경남일보
  • 승인 2014.12.1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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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고향 교육청에 지인을 만나러 갔다가 계단 벽면에 걸려 있는 액자에서 ‘千里馬常有 白樂不常有(천리마상유 백락불상유)라는 글귀를 보았다. ‘천리마는 항상 있으나 백락은 늘 있지 않다.’ 당대(唐代)는 물론이고 역대 중국의 대표적 문장가이자 유학자인 한유(韓愈)의 말이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명마(名馬)는 어느 시대에나 있지만, 그 명마를 알아보는 백락(주나라 사람으로 명마를 보는 눈이 누구보다 뛰어났던 인물)은 좀처럼 없다는 뜻이다. 인재의 발굴과 육성을 사명으로 하는 교육자들이 신조로 삼아도 좋을 아포리즘이다.

몇 년 전 워싱턴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슈아 벨이 거리의 악사로 변장을 해서 연주를 한 적이 있었다. 그날 벨이 연주한 악기는 무려 32억 원짜리 바이올린이었고 45분 동안 열심히 연주를 했다. 전문가들은 비록 장소가 지하철역이기는 하지만 많은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날 벨이 연주하는 장소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음에도 사람들은 그의 연주에 별다른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그날 벌어들인 돈은 고작 32달러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겨우 3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었다.

이 사례를 보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그 능력을 발휘하는 장소가 유명 콘서트홀이 아닌 거리, 지하철역 등 격에 맞지 않는 장소이거나 그 재능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면 그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묻힌다는 사실이다. 정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으면서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늘 이 이야기가 생각난다.

특히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골칫거리인 정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선거로 당선되는 인사들이 함량 미달의 인사들이라면 그 책임의 일부가 유권자들에게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좋은 지도자를 원하지만 왕왕 실패하면서 실망하고 만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훌륭한 인재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단지 우리에게는 이러한 인물을 알아볼 수 있는 시스템과 안목이 부족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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