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섭 (객원논설위원·사천포럼대표)
항공국가산단지정 발표로 지역의 항공산업 발전에 가속을 더하게 되었다. 항공산업은 크게 항공기 제작, 항공운수, MRO(항공기 정비, 수리, 개조)사업으로 구분한다. 세계 항공 MRO 산업시장은 2013년 약 600억 달러에서 2023년에는 8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연평균 4.3%이상 증가하고 있는 전 세계 MRO 시장에 대비해 2020년까지 세계 MRO 시장의 점유율 5%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0년 3월 국내 항공정비사업 혁신을 위한 ‘항공정비산업 발전방안’을 마련했다.
KAI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작업체로서 MRO 산업을 미래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항공기 개발부터 후속지원까지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 기업 비전 전략을 선포했다. 이러한 정부계획이 발표된 이후 충북과 청주시, 부산시, 경북 영천시가 발 빠른 행보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북은 정부 발표 이전인 2010년 1월 정우택 도지사가 KAI와 MRO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그해 2월 충북 도정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을 청주공항으로 먼저 안내해 내륙 중심공항 육성과 청주공항 MRO사업 지원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일본 최대 항공기업인 JAL그룹의 JAL엔지니어링과 항공정비사업협력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경북과 영천시는 2010년부터 경상북도, 영천시, 보잉사가 공동 주최로 ‘경북 국제항공포럼’과 ‘경북 항공전자 및 MRO 산업 육성전략 심포지엄’을 서울의 특급호텔에서 1박 2일 동안 미래창조과학부, 국토부, 산업부, 방사청,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등의 후원으로 개최해 차원 높게 항공산업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결과 지난해 5월 박근혜 대통령 방미 시 보잉사로부터 경북 영천 항공전자산업에 1억 달러 투자유치를 받았고, 영천시는 미국 보잉사의 항공기유지보수정비센터(BAMRO)의 내년 1월 준공과 함께 국책사업인 ‘항공전자 시험평가센터’의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경남도와 사천시는 KAI가 위치한 지리적 이점만으로 안이한 MRO 산업 유치전략이 우려스럽다. 그동안 사천상공회의소와 시민단체 주최의 항공산업발전 토론회와 진주상공회의소 심포지엄에서 항공 MRO 산업 추진이 시급함을 거론한 정도였다. 충북과 경북은 대통령을 내세웠고, 부산시는 제2도시의 정치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금번 충북도와 청주시의 MRO 산업 유치 예산확보로 KAI 노조와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표면화됐다.
이 문제도 KAI의 회사 차원이 아닌 노조가 나서는 모양새도 어처구니없거니와 시민단체들이 거리에 사업유치 현수막을 내거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 경남도와 사천시, KAI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 간 MRO 사업의 추진 시각 차이는 더더욱 심각하다. 이번에 경남도 차원에서 KAI와 MRO 문제의 협의가 아마 처음인 것 같다. 소통이 있어야 전략이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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