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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08>관룡산우뚝 솟은 바위산 속 비경 찾아 행복한 산행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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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2.18  22: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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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룡산 암릉 전경. 국내 유명산의 한 부분을 옮겨놓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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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관룡산은 금강산이나 설악산의 절경 한 조각을 떼어 옮겨 놓은 듯하다.

화강암의 우람한 바위는 울산바위를 닮았고, 범접할 수 없는 수직절벽은 금강의 만물상을 닮았다. 거기 바위틈에서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수백 년 된 소나무, 병풍을 두른 듯한 바위, 산기슭에 절묘하게 위치한 관룡사, 관룡사가 가진 문화유산,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이기적인 산이다. 도내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가까운 곳에 있다면 매일 올라도 질리지 않을 그런 산이다.

산 아래 관룡사 입구에서 관룡사와 병풍바위를 함께 보는 것도 절경이지만, 산에 직접 올라 온몸으로 느끼고 시각적으로 보는 장면은 더 좋다.

높이 740m, 창녕군 창녕읍 고암면에 위치해 있다. 관룡사 문화재 약사전(보물 146), 대웅전(보물 212), 용선대석가여래좌상(보물 295), 석조여래좌상(보물 519) 등 보물이 많다. 사적인 목마산성이 보존돼 있고 인근에 억새와 불의 산으로 유명한 화왕산이 있다.

이날 산행 중 남부지방에서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들꿩을 코앞에서 촬영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들꿩은 뉴질랜드의 원시조류 키위새와 에뮤처럼 날개가 발달하지 않아 잘 날지 않고 숲속을 뛰어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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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꿩


▲등산로는 관룡사→용선대→관룡산 정상→관룡산 암릉→청룡암 갈림길→구룡산→관룡사로 돌아오는 4.3㎞ 거리의 4시간 코스.

▲오전 8시 52분, 관룡사 주차장 앞에 사찰의 일주문처럼 서 있는 석장승이 반긴다. 왕방울 눈과 둥글고 복스럽게 생긴 코는 지리산 벽송사 목장승과 형태는 같지만 재료가 돌인 것이 다르다. 이와 유사한 석장승은 함양 백운산 입구에도 있다. 옛날 절 앞에다 석장승을 세운 것은 불교와 토속신앙이 조화를 이룬 의미 있는 형태다.

곧이어 나오는 관룡사는 신라시대 건립한 고찰로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과 비슷한 고풍스러운 느낌이 난다. 머리털이 길게 늘어져 얼굴을 가려버린 절집 삽살개 2마리가 일행을 앞서 가며 용선대 방향 등산로를 알려준다.

오름길 언덕 680m 지점에 용선대가 있다. 용선은 인간세상 고통의 끝없는 바다를 헤치고 가는 반야용선을 말한다. 그 위에 석조석가여래좌상(보물 295호)이 동쪽을 바라보며 항마촉지인 자세로 앉아 있다. ‘사람들이여, 이 배에 올라타시오. 내가 그대를 보호하리다.’ 이런 느낌이다.

등산로에서 들꿩을 발견했다. 녀석은 인기척에도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2m 가까이 다가가서야 셔터소리에 반응하며 느리게 걸어 숲으로 갔다. 날지 않고 서두르지도 않으며 힐끗힐끗 뒤돌아보면서 걸어갔다. 뒤뚱거리며 가다가 짧은 날개를 털어 기지개까지 켜는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귀엽기도 했다.

사람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거나 자신의 위장술을 과신한 것으로 보였다. 실상 들꿩은 뉴질랜드의 희귀새처럼 잘 날지 않으며 겁이 별로 없는 새로 알려져 있다.

오전 10시 20분, 정상에 도착한다. 헬기장 한쪽 구석에 관룡산 정상석이 위치하고 있다. 왼쪽 5km 지점에 도내에서 유일한 화산 화왕산(757m)이 보인다. 이 산은 과거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분출했다. 백두산 천지나 한라산 백록담처럼 분화구인 용지(龍池)가 있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산으로 보이지만 산에 올라 한 바퀴 돌아보면 용암이 식어 형성된 화구벽이 보이는 등 화산임을 알 수 있다. 산성 안에는 5만6000여 평에 달하는 초지에 참억새가 군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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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해 보이는 너럭바위


관룡산 정상에서 10m 정도 벗어나면 화왕산으로 가는 왼쪽 길과 구룡산으로 가는 오른쪽 갈림길이 나온다. 구룡산으로 가려면 고도를 제법 낮춘다. 불과 15분 만에 암릉이 켜켜이 쌓여 더미를 이룬 봉우리 아래에 도착한다. 이때부터 구룡산까지 관룡산 최고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더미로 된 암릉에는 등산로가 없어 오를 수 없는 구간이다. 오르지 않는 것이 좋지만 눈비가 없는 날이라면 전망 좋은 곳까지 나아가 주변을 휘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등산로는 아래로 내려서 돌아가게 돼 있다.

더미산의 허리를 돌아 올라서면 눈이 띄는 풍광이 펼쳐진다. 가깝게 화강암이 솟구쳤고, 그 사이에 초록이 빛을 발하는 소나무가 콕콕 박혀 있다. 멀리에는 수직 낭떠러지를 자랑하는 기암이 우뚝하다.

금강산의 한자락이라 해도 무방하고 설악의 울산바위를 닮았다 해도 무방하다. 낮고 작은 산이 고산의 풍경을 따라한 모작인데 어느 하나 서툰 구석이 없는 산세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지는 법, 그러나 이 뱁새는 황새처럼 크게 보이고 풍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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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룡사 경내와 병풍바위 전경.


오전 10시 50분, 안부 갈림길에 도착한다. 오른쪽으로 하산하면 청룡암을 거쳐 관룡사로 내려가는 빠른 길이다. 취재팀은 하산하지 않고 정면 부곡온천 방향으로 향했다.

빌딩처럼 큰 바위 아래 안방 같은 암혈이 등장하는데, 석굴에는 비닐로 된 움막이 한 채 있고 깊은 안쪽에는 촛불이 켜져 있다. 사람이 기거한 흔적이 있어 기도 중인 것으로 보였다. 오가는 사람들로 불편할 뿐더러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 높은 산에까지 와서 기원을 하는 애끓는 사연이 무엇인지 자못 궁금해졌다.

갈대와 억새의 숲이 우거져 용도 폐기된 헬기장에 발길이 머물렀다. 큰 갈참나무 이파리가 갈색융단처럼 깔린 땅바닥에 드러누워 하늘 한번 바라보고 쉼 호흡 한번 크게 쉬어본다. 차가운 땅기운이 목덜미에 스며들 때가 돼서야 흠칫 놀란다.

절경은 이어진다. 몇 차례의 오르내림 끝에 너럭바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한 천연 전망대인데 고소공포증이나 담이 약한 사람은 오를 수 없는 바위다. 관룡산을 찾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어 개인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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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의 바다를 헤치고 가는 용선, 그 뱃머리에 석조여래좌상이 앉아 있다.


낮 12시 50분, 구룡산 약간 못 미친 갈림길에서 구룡계곡 하산길. 길이라기보다는 물고기를 모아 잡는 홀통에 가깝다. 등산복과 등산화가 닳아도 엉덩이를 땅바닥에 붙이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이 외려 안전하다.

하산길에서도 지나온 병풍바위와 암릉을 감상하는 특권은 이어진다. 가을에 송이버섯이 많이 나는 지역이라 등산로 이외에는 출입을 금지한 경계줄이 곳곳에 쳐져 있다. 올 가을에는 예년에 비해 송이버섯이 많이 생산됐다고 한다.

솔밭을 내려서서 송이버섯처럼 생긴 부도, 솔밭에 생뚱맞게 군락을 이룬 몇 그루의 대밭을 넘어서면 나뭇가지 사이로 관룡사 당우의 검은 기왓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 절은 신라 8대 사찰로 내물왕 39년(394년)에 창건됐다. 관룡이라는 이름은 1500년 전 화왕산에서 승천한 용의 전설에서 따온 것. 해골 물을 마셔 득도한 것으로 유명한 신라 고승 원효대사(617∼686)가 관룡사에서 중국 승려 수백 명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뒤 화엄경을 설법했다고 한다.

대웅전(보물 212호)과 약사전(보물 146호), 석조여래좌상(보물 519호)과 약사전 3층석탑(지방유형문화재 11호) 등 문화재가 많다.

관룡사 뜰 앞을 지나 남녀 석장승 사이를 빠져 나오면 채 오후 2시가 되지 않는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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