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비서와 내시
[객원칼럼]비서와 내시
  • 경남일보
  • 승인 2014.12.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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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요즘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들의 암투가 화제가 되면서 과연 중요인물을 보좌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왕이나 황제를 보필하는 사람들을 환관 또는 내시라고 했고, 현대에는 경영자를 보조하는 비서라는 용어로 통칭되고 있다.

환관은 거세된 남자로서 궁중에서 사역하는 내관(內官)이다. 신라시대에 이미 환수(宦竪)라는 기록이 보이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환관이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고려 초기에는 임금의 곁에서 수위(守衛)와 근시(近侍)를 하던 내시직(內侍職)에 재주와 용모가 뛰어난 세족 자제나 문신 등을 임명했으나 의종 이후 점차 환관으로 이를 대체했다. 고려 말 이후에는 내시로 통칭되며, 맡은 임무는 궁문 수위, 어전 내의 보안, 관비의 감독, 궁중의 전명(傳命), 궁궐 안의 청소 및 대내(大內)의 감선(監膳), 임금의 출행 수행, 여러 의식의 각종 잡역을 담당했다.

평소에는 왕을 보좌하는데 그쳤으나 왕의 눈과 귀를 가려 정치에 관여하게 되면 나라를 혼란에 빠지게 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십상시이다. 십상시(十常侍)는 중국 한나라 영제(靈帝) 때 환관(宦官) 10인을 가리키는 용어다. 어린 황제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해 주색에 빠지게끔 만들고, 자기들끼리 정권을 농단했다. 비서(秘書)는 임원급의 직속상사에게 직속돼 있으면서 상사의 업무 효율성을 기하기 위한 제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다.

조관일은 ‘비서처럼 하라’에서 회사의 핵심인재가 될 수밖에 없는 ‘비서들의 10가지 행동방식’을 조목조목 설명한다. 먼저 CEO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들의 마인드와 판단력, 업무습관, 생활태도까지 고스란히 카피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사람이 바로 ‘비서’라고 강조한다. 그런 다음 ‘멀티플레이어, 로열티, 상사 매니지먼트, 하드 워크, 남다른 관점, 정보력, 화술, 굿 매너, 감정 컨트롤, 인간관계’ 등 10개 주제로 나눠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는 멀티플레이어적 기질, 특별한 충성심, 보스를 위대하게 만드는 인간경영법, 상대를 설득하고 신뢰를 심어주는 화법 등을 전달하고 있다.

중국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당 태종과 신하와의 문답을 정리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는 위징(魏徵)이 자신은 충신이 되기보다 양신(良臣)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충신은 임금을 욕되게 하고 자신만 이름을 남기지만 양신은 임금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임금을 바르게 이끄는 신하라는 것이다.

훌륭한 경영자가 되려면 자신의 능력과 인격도 뛰어나야 하지만 부하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종대왕과 황희 정승의 관계처럼 역대 성공한 경영자들은 충신을 가까이 하고 간신을 물리치는 옥석을 가리는 안목을 지닌 사람이다. 측근들이 농간을 부려 실패한 역사의 교훈을 살려 현명한 용인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모든 책임은 바로 경영자 자신에게 달려 있다.
 
전찬열 (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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