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에 대한 생각
송년에 대한 생각
  • 경남일보
  • 승인 2014.12.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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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환 (시골을 사랑하는 시인)
윤재환
12월 하순이다. 2014년 갑오년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울에 시작해 꽃피는 봄과 푸른 여름과 단풍 든 가을을 보내고 다시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 송년의 시간이다. 한 해를 살아오면서 그 1년에 대한 시간을 헤아려 본다. 송년은 한 해를 보내는 의미이다. 이전에는 망년이라고 했다. 잊을 ‘망’자를 쓰는데 언뜻 읽어보면 망한 해로 들린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생각한 듯하다. 그래서 연말에 만나는 모임을 망년회라고 했다. 요즘은 송년이라는 용어를 쓴다. 보낸다는 뜻이다. 한 해를 보내는 시간의 의미는 크다. 이러한 가운데 송년의 모임도 많이 바뀌었다. 영화를 보거나 공연을 보는 경우도 있고 복지시설 등지로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필자도 한 해를 보내면서 나름대로의 송년의식을 치른다. 12월 31일 한 해를 보내는 마지막 날, 해질 무렵에 의령의 진산인 자굴산과 나란히 서 있는 한우산으로 간다. 그곳에서 지리산 쪽으로 지는 해를 바라본다. 하늘을 온통 붉은 노을로 물들이면서 지고 있는 해를 지켜본다. 숭고하고 거룩하다. 그 해를 바라보면서 새해 첫날부터 살아온 지난 시간을 회상해 본다. 저 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에 떠올라서 낮에는 밝게 비추다가 저녁에 노을을 남기고 지곤 했다. 가끔씩은 구름이 끼고 때로는 눈이 내리기도 하고, 비가 내리기도 할 때는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해는 늘 그 자리에서 시간을 바꾸어 가며 뜨고 지고를 반복했다. 그 해로 인해 고맙게도 1년을 살아 왔다. 많은 일들을 했고 많은 것을 이루었고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 풍경을 보았다. 그 해를 보며 고마움을 느낀다. 그 순간 영하의 기온과 차가운 바람으로 손은 시리지만 가슴은 따뜻해진다. 그 여운이 또 행복하게 해준다.

그래서 1월 1일 새해 첫날 아침에는 해를 보러가지 않는다. 함께할 해도 중요하겠지만 함께한 해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가슴으로 나누고 보낸다. 새해 첫날에 뜬 해는 다시 연말에 질 것이다. 1년의 시간이 흐른 뒤인 그날 지는 해를 보면서 후회하지 않는 얼굴과 부끄럽지 않은 가슴으로 또 해를 보낼 것이다. 오늘도 아침에 떠 오른 해가 밝은 빛과 따스한 햇살을 주고 있다. 참 고마운 해다. 그 해로 인해 하루가 또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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