民無信不立(민무신불립)
民無信不立(민무신불립)
  • 경남일보
  • 승인 2014.12.25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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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주 (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강선주
논어 ‘안연편(顔淵篇)’에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足食), 군대를 튼튼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대답했다. 자공이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이 먼저입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자공이 다시 나머지 두 가지 가운데 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묻자, 공자는 식량을 포기해야 한다며 “예로부터 사람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아무 것도 되는 것이 없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대답했다. 시쳇말로 옮기면 안보나 경제보다 국민의 신뢰획득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의 문무대왕이 당나라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경주에 큰 성(城)을 쌓으려고 하자, 의상대사가 만류하면서 정치를 잘하여 민심을 얻으면 성을 쌓지 않더라도 나라를 지킬 수 있고, 민심을 얻지 못하면 만리장성을 쌓아도 소용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은 15년 만에 망했다. 여기서 민심을 얻는다는 것은 백성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병법에도 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해, 하늘의 때를 만난 사람은 땅의 이점을 잘 아는 사람만 못하고, 땅의 이점을 잘 아는 사람은 인화를 잘하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다. 인화의 바탕은 구성원 상호간의 신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윤희 문건사건의 검찰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63.7%나 되고, 대통령의 지지율도 30%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국·과장 인사는 대통령이 하고 장·차관 인사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한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청와대 내부에서 권력암투가 벌어지고, 불과 몇 달 전까지 장관을 지내고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사람들이 비수같은 발언들을 쏟아내 국민을 놀라게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은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고 세계 속에서 신뢰받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나에게 겁나는 일이 뭐가 있겠느냐”며 박 대통령식의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는 듯하다. 이래서 ‘불통’이라는 말이 생겨 난 것 같다. 불통은 투명하지 못한데서 비롯된다. 투명하지 못하면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민무신(民無信)이면 불립(不立)이라는 말을 되새겨야 한다. /법학박사· 전 진주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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