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 > 경제기획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농사의 기본(끝)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12.28  21:10:13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낮의 길이가 가장 짧다는 동지가 지났다. 동지에 날씨가 추워야 풍년이 든다고 했는데 올해 동지는 한파와 함께 했으니 내년 농사를 기대해 본다. 올해는 음력으로 동짓달 초하룻날에 동지가 들었으니 애동지였다. 동지에는 찹쌀로 만든 새알심을 넣어 끓인 팥죽을 먹는 풍습이 있다. 예로부터 동지를 지나면 한 살을 더 먹는 것으로 쳤고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 것으로 여기며 새알심을 나이만큼 개수를 따져 먹기도 했다. 지역에 따라 애동지에는 팥죽을 끓이지 않는다는 풍습이 있다지만 애동지가 아닌 해에도 동지에 팥죽을 끓이는 집을 볼 수 어렵게 되었다. 어머니 건강이 허락했던 몇 해 전까지도 집에서 팥죽을 끓여 이웃 간에 나누어 먹기도 했다. 최근 어머니 몸이 불편하게 되면서 집에서 끓인 팥죽대신 절에서 끓인 동지팥죽을 얻어먹게 되었다. 동지가 되면 식구들이 모여 빻은 찹쌀가루로 새알을 빚던 기억이 난다. 동지에 끓인 팥죽을 두고두고 신물이 나도록 먹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연말이 되면서 해가 바뀌기 전에 마무리해야할 일을 챙겼다. 내년에 사용할 단감박스를 만들어놓았으니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일부 지방비보조금을 더해 만드는 박스라 해를 넘기면 안 된다고 해서 관계되는 사람들이 모여 품목과 디자인을 서둘러 결정 주문한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도 아니고 창고에 쌓아 두면 공간만 차지할 것 같아 내년에 가져다주었으면 바라고 있었다. 제조회사에서 연말에 정산을 마쳐야 한다며 서둘러 연락이 와서 트럭으로 싣고 왔다. 내년에 온새미로농법으로 지은 농작물을 공인인증기관에서 품질검사를 거쳐 출하할 때 사용할 자재 중 하나다.

지난 주말에 시작했던 마 탄화물을 담아왔다. 마를 구입한 대금과 탄화기 사용에 따른 가스 값을 통장으로 송금하면서 정산을 마쳤다. 탄화기는 ‘비화학적병해충방재연구회’에서 관리하지만 이용대금은 회원이 원재료 탄화시간에 따라 달리하여 연료 값으로 공용통장으로 입금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가진 것이 없는 빈손이라 필요한 탄화물을 모두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비용을 만만찮게 지불했다. 다행히 올해는 그동안 보관하고 있던 탄화물이 있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연말이 되어 금년 한해를 회상해 보았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한해였다. 시장에 팔기 위하여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연초부터 얼어붙은 소비부진 탓에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에 비하여 형편없었던 매실가격이 어렵게 만들었다. 가을에 수확한 대봉 품질이 좋았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매실수확을 끝내고 시작한 창고 신축공사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던 한 여름에도 쉬지 못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무더위 때문에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던 날씨가 예년에 비해 더위가 심하지 않아 그나마 견딜 수 있었다. 더운 여름 고생한 보람이 있어 가을 감 수확 때는 시원한 그늘에서 선별을 하고 포장까지 마쳤다. 무거운 상자를 들어서 운반할 필요 없이 싣고 온 운반구에서 선별하여 트럭에 바로 실을 수 있어 비가 내리는 굳은 날씨에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모두들 넓은 작업장에서 일을 해보고는 잘 지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가뭄이 들면 과수원에 물을 줄 수 없어 늘 걱정을 해왔다. 다행이 나에게도 기회가 돌아와 관수시설을 마쳤다. 늦은 봄장마가 시작하기 전에 가뭄이 들면 출하기를 앞둔 매실열매가 자라지 않아 애를 태우곤 했다.

늦가을 수확이 끝난 시점에 반환한 예산이 있으니 모자라지만 관수시설을 하겠느냐고 물어오며 나에게까지 기회가 왔다. 관수시설공사를 하느라 다른 일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내년부터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라도 물 걱정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다행인 것은 지하수를 나누어 사용하는 이웃 농가와 작목이 달라 경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어면서 늘 잊지 않고 있던 것이 부지런한 사람은 늘 여유가 있고, 게으른 사람은 항상 바쁘다는 말이다. 초보농사꾼귀농일지가 나를 부지런하게 만든 게기가 되었다. 할 일을 찾아 움직이다보니 농사에 가장 중요한 때를 놓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귀농일지를 게재하게 된지가 2년이 되었으니 고된 농사일도 어느 정도 몸에 익숙해졌다./정찬효·시민기자

 
단감박스입고
연말이 되면서 해가 바뀌기 전에 마무리해야할 일들. 내년에 사용할 단감박스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경남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