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로댕의 '칼레의 시민'을 떠올리며
[경일칼럼]로댕의 '칼레의 시민'을 떠올리며
  • 경남일보
  • 승인 2014.12.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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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진 (창원대 미술학과 교수)

오늘날 우리사회는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 공직자들, 부도덕한 상류층과 정치와의 유착으로 인한 세월호 사건, 인권을 무시한 재벌들의 행태로 평범한 서민들은 무력감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나는 이러한 사태들을 보면서 로댕의 ‘칼레의 시민’(1884-1886 로댕 작)을 떠올렸다. ‘칼레의 시민’은 1347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백년전쟁(1337-1453)에서 승리를 거둔 영국의 왕이 칼레 시민 모두를 죽이겠다고 하자, 시민을 대신하여 죽음을 선택한 6명의 영웅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상이다. 그 6명은 당시의 부유층, 시장, 변호사 등 칼레시의 상류층들로 로댕의 작품은 그들이 처형장으로 걸어가고 있는 순간을 표현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표작

로댕은 그 기념상에 기존의 영웅 표현형식이 아니라, 목에 밧줄을 매고 누더기 자루 옷을 입은 채 자발적으로 죽음의 길을 떠나는 자신의 의지와 사명감, 책임감 등의 눈에 보이지 않은 가치보다 평범한 인간이 지닌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을 담은 인물들로 표현함으로써 깊은 인간의 심리를 통찰하고 있다.

또한 로댕은 그 기념상을 이전까지 높은 곳에 설치하던 영웅상과 다르게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어 광장바닥에 설치함으로써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 자리잡게 하였다. 이 작품을 통하여 로댕은 영웅도 인간이라는 사실과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간접적인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

또한 이 기념상은 상류층으로서 누리던 기득권에 대한 도덕성의 의무를 다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도 추앙받고 있는데, 로댕은 인간의 품격과 고뇌를 동시에 담아낸 이 작품을 통하여 진정한 예술의 시각을 보여 주었다.

‘칼레의 시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분명하게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의 연약함과 죽음에 대한 공포를 자신의 의지와 사명감, 책임감으로 이겨내며 끝까지 고귀한 품격을 잃지 않고 있다.

시민·국민으로서 성찰 필요

오늘 우리는 모두 이러한 영웅상을 과거의 신화로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 우리는 혹시 인간으로서 의지와 사명감에 대하여 눈을 감고 문제에 대하여 애써 외면하며 그저 하루하루 살기에만 만족하는 겁쟁이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나는 오늘날이야말로 한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진정한 경지의 인간성, 시민으로서, 국민으로서의 성찰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김홍진 (창원대 미술학과 교수)

 

김홍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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