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日出)에 담겨진 의미
일출(日出)에 담겨진 의미
  • 경남일보
  • 승인 2014.12.3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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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이영숙
지난 가을부터 습관처럼 아침에 해가 뜨는 광경을 사진으로 찍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무의식적으로 시작한 일인데, 찍다 보니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분명 낮에는 똑같이 맑은 날이지만 아침에 해가 뜰 때의 모습은 거의 매일 다르다는 것이다. 환하게 맑은 모습으로 뜨기도 하고, 구름을 뚫고 뜨기도 하고, 안개를 헤치며 뜨기도 하고, 저녁노을보다 더 멋진 아침노을을 선물하며 뜨기도 하고. 해가 떠오를 때의 다양한 모습에 새삼 놀라며 경이로움까지 생겼다.

해가 뜰 때의 다양한 모습을 보니 ‘이 다양한 모습을 사람에게 미루어 보아도 같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현재 모습이 나와 비슷하다고 하여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도 나와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다름’을 모르고 그냥 다 ‘같음’으로 인정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환하게 맑은 모습으로 해가 뜨듯 참으로 평탄하고 안락한 인생을 살아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또는 먹구름을 헤치고 해가 뜨듯 세상의 고난과 역경을 겪어온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이 해가 뜨는 경우와 같이 그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다름’을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을 한결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나와 같기에 ‘당연히 나와 같겠지’라고 생각하는 그 당연함에는 ‘맑음’이라고 하여 다 같은 ‘맑음’이 아니듯, 나와는 다른 과거가 숨어 있다. 그래서 같은 일이라도 어떤 이에게는 눈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웃음이 되기도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은 대부분 비슷하다. 하지만 그 속에 보이지 않는 다름을 인정해 준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도, 삶에 대한 이해도 좀 더 깊어지지 않을까.

2015년 새해에도 어김없이 해는 뜰 것이다. 그리고 1월 1일 아침에 뜨는 해를 한 번 보고는 일 년 동안 해를 잊고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시류(時流)에 이끌린 한 번의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전해주듯, 사람에게 있어서도 지속적인 관심이 그 사람의 진심을 알게 해 줄 것이다. 해는 뜨고 또 우리는 그 해를 보며 살겠지만, 하늘에 떠 있는 그 해도 매일이 같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리며 사람을 이해해 보고자 한다.  

 이영숙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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