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특권의식 내려놓는 을미년, 을(乙) 사회’
[경일시론]‘특권의식 내려놓는 을미년, 을(乙)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2.3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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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2015년 새해 어젠다로 ‘이젠 시민이다’라는 슬로건으로 ‘참여하고 비판하되 대안까지 제시하며, 책임지며 올바르게 글로벌로 교양 있는 세계시민이 대안’이라며 시민사회와 시민에 대해 언론이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18∼19세기 유럽이라는 공간에서 성립한 사회를 경제는 자본주의, 정치는 민주주의, 역사적인 면에서는 근대사회, 사회적인 면에서 시민사회로 부르고 있다. 이 시민사회는 남녀가 평등하고 잘나고 못나고의 차이가 없고 직업의 높낮이가 없는 사회다. 시대흐름이 이럴진데 ‘땅콩 리턴’ 파문이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승무원의 서비스가 부족하고, 그 상급자가 이를 잘 설명하지 못했다면 한국에 도착한 뒤 적절한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면 될 일이다. 문제가 있다면 규정과 절차대로 처리하는 것은 아주 사소하지만 중요한 절차적 민주주의다.

기업문화, 사람중시 몸으로 배워야

재벌 1세대는 불우한 가운데 어렵게 자라고,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고생을 많이 해 절제력을 지니고 있다. 기업을 키워 나가면서 현장과 사람을 중시하는 것을 몸으로 배워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벌 2·3세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면서 싫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충동적이고 안하무인인 경우가 많다. 부모 잘 만나 현재 지위를 누리게 된 것이지만,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자신이 영위하는 기업의 부품이라고 쉽게 생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작 이들 재벌기업의 소유구조는 취약하기만 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4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을 보면 SK, 현대중공업, 삼성, 한화, 현대 총수 일가 지분율은 각각 0.5%, 1.2%, 1.3%, 1.9%, 2.0%다. 지분보다 과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지적이 늘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재산의 원리, 사적 소유의 원칙에 따라 기업주 가족이 대대로 기업을 세습·승계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3, 4세까지 경영 승계를 의도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경영자의 함양미달과 권한남용의 전형인 ‘땅콩 리턴’ 사건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기업가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1856년 창업해 지금까지 14개의 대기업 규모를 소유하고 있는 스웨덴 발렌베리 그룹은 5대째 족벌세습 단일 가족경영을 고집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하는 세습성·폐쇄성과는 정반대로 스웨덴 안팎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이유는 엄청난 기업의 부를 개인적인 귀속물로 삼지 않았고, 공식 혹은 비공식으로 가풍을 지켜온 기업의 가치, 정신, 원칙에 철저했기 때문이다. 발렌베리 그룹의 가족 경영자가 세계 1000대 부호 명단에 한명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여기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항상 작동해 왔다.

경영권, 세습대상 아니라는 것 분명히 해야

권력과 부를 독점하거나 과다하게 보유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나 현대적으로 부정적 이미지가 적지 않다. 이제 한국사회도 부는 상속이 가능하지만 경영권은 세습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할 때가 됐다. 30대에 임원, 40대에 최고경영자가 되는 초고속 승진구조는 청산해야 한다. 그래서 수만 명의 일자리와 생계를 좌지우지하는 재벌 3세들은 특권의식과 과시보다는 스스로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검증되지 아니한 경영은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시킬 개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재현 (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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