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 귀농과 교육
<농업이야기> 귀농과 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5.01.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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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조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장)

세월이 무상하고 인생무상이란 말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익숙하지 않은 강추위에 더 추위를 타듯 중년이란 나이 또한 제겐 왠지 쓸쓸하고 생소한 단어 단어로 다가온다. 틈틈이 가꾸던 꽃밭에는 아름답던 꽃들과 싱싱한 잎사귀들은 간데없다. 마르고 찢어진 온갖 종류의 낙엽만이 찬바람에 이리저리 뒹군다. 정성을 다하던 텃밭조차 정갈하게 가꾸어진 곳은 찾기 힘들고 삶에 지친 농민의 가슴처럼 곳곳에 을씨년스러운 세월의 흔적만이 남아 있다.

텃밭뿐만이 아니다. 한결 편안해진 농사일에 추운 새벽을 피해 들판으로 나가보지만 왠지 쓸쓸하고 삭막한 풍경은 계절처럼 어김없이 찾아오는 것은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텃밭을 시작하기 전 출근만을 위해 사무실을 들락거릴 때는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다. 하지만 주변에 부쩍 늘어난 하우스를 보면서 그 속에서 땀 흘릴 농부들을 생각하며 마음속 쓸쓸함을 위로해 본다.

어느 농기계 교육생이 들려준 이야기가 생각난다. 퇴임 후 한가해지면 뭔가 해 보자던 결심대로 농업기술원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기계를 풀고 조립하면서 또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됐고 식품제조와 같이 더 많은 교육과 혜택이 있다는 것과 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행운도 얻었다.

과거처럼 힘으로만 농사짓는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시절이긴 하지만 정말 다양한 농기계들이 부러우면서도 무언가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단다. 단지 농기계가 신기하거나 힘에 매료되어서만이 아니다. 짧은 농사의 경험에서 비로소 농민의 고마움과 기계가 얼마나 필요하며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얼마 되지 않는 텃밭을 삽으로 한삽 한삽 떠서 뒤집고 괭이로 두드리고 깨어서 손 가래로 곱게 이랑을 지워왔던 지난 기간 한잔 막걸리를 마시며 그 맛에 농사짓는다 하겠다. 하지만 그는 금방 깨달았다고 한다. 깨달음은 한 순간의 노력이나 생각만으로는 얻어지지 않는 것처럼 무릎이 아파오고 손 마디마디에 관절염이 심해질 때쯤에야 비로소 깨닫고 참회했다고. 들판에 펼쳐진 길고도 거대한 논밭들을 보면서 맨몸으로 자연과 싸우고 삶을 이어오며 농민들이 겪었을 고통과 설움, 그 속에서 묵묵히 견뎌온 그들의 위대함을 비로소 느끼게 된다는 것을.

교육생은 다시 농업에 작은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교육생 중에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오히려 황혼을 바라보는 분들이 많다. 농사일이 힘들고 괴로울 뿐만 아니라 돈조차 되지 않으니 힘없고 늙은이들만 남기고 모두 떠난 농촌에 회사에서 공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작은 텃밭을 시작으로 농사에 귀의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제 세계 속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주역들이 소중한 경험과 기술을 가지고 농촌과 농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농업에 관한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없었던 새로운 크나큰 기회와 자산이며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최용조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장)
 

최용조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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