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행정의 역리(逆理) 문화
한국 행정의 역리(逆理) 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5.01.0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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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행정학박사)
하상근
필자는 17년째 대학 강단에서 행정학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 새내기들에게는 규범적인 차원에서 행정의 목적은 공익이라 말한다. 하지만 대학 3학년쯤 되면, 공공선택론이라는 과목을 공부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행정의 대리인인 공무원이 공익보다는 집단이익을 지향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공익 추구가 진리 추구이자 미래지향적이라고 한다면, 집단이익 추구는 역리(逆理) 추구이고 보다 현실적인 행정문화라고 할 수 있다. 역리 문화는 한국행정의 고질적이고도 전근대적인 병리현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학자들은 이러한 역리 문화로써 무사안일, 형식주의, 절차주의, 책임회피, 그리고 사실은폐 등을 들고 있다. 한국 행정의 역리 문화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세월호 참사이다.

우선 무사안일이다. 공무원이 자신의 직분에 대해 사명감이 없이 일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려는 안일한 태도를 말한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을 때, 정부기관들(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안전행정부 등)은 안이하고도 소극적인 대응을 했다. 배가 가라앉고 있는데, 필사적인 구조 노력이 없었다.

형식주의는 사명감 없는 공무원들이 무사안일을 근거로 처벌받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표면상으로만 일을 하는 척 하는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볼 때, 일련의 구조 과정상에 나타난 공무원들의 행태이다. 유가족들의 처절한 절규와 오열 속에서도 관련 공무원들은 갈팡질팡하고 열심히 구조 중이라는 말만 하면서 시간만 허비했다.

절차주의는 책임을 회피하려는 동기에서, 정해진 절차만을 따르려는 행태이다. 절차에 따라 업무를 보면 무난하게 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같은 급박한 상황에서는 이것이 적용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보고와 지시 및 절차에만 충실하려고 하였다.

그리고 사실 은폐가 있다. 공무원의 불법 부당성을 회피하기 위하여 특정 사실을 숨기고 조작하는 경우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진실을 숨기고 은폐하기에 바빴다.

마지막으로 책임회피는 불법 부당한 행정행위와 관련하여, 공무원이 윤리적·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월호 대응과 관련해 볼 때,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역리 문화는 결과적으로 공무원부패와 연결될 수 있다./
하상근 (울산대학교 행정학과 객원교수·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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