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왜 하니?’
‘연극 왜 하니?’
  • 경남일보
  • 승인 2015.01.0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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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능석 (전문예술법인 극단 현장 상임연출)
고능석
연극을 직업으로 선택하고 난 후 주변 사람들로부터 참으로 많이 들어왔던 가시 돋친 질문입니다. 대학 졸업 무렵 친한 친구 녀석이 “니가 부모님을 생각하면 연극하모 안된다! 왜 하는데?”하고 피를 토했을 때에도 “니는 친구 아이가? 친구가 한다 하모 고마 믿어라!”라고 궁색한 대답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에게 ‘왜 연극을 할까?’라는 질문은 ‘왜 사니?’와 동의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연극을 하게 된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유 1. 기질-내가 어릴 때 우리 마을 어른들은 자주 ‘회치’를 했습니다. ‘회치’는 농부들이 농한기를 이용해서 들이나 산에 먹을거리를 싸 가지고 가서 춤추고, 노는 것을 말하는데 동네 어른들이 장구를 치면서 회치를 할 때마다 나는 어른들 틈에서 춤을 추고는 했습니다. 어른들이 “그놈, 참 잘 논다”라는 말이 듣기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는 ‘약간 잘난 체하는 기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 2. 운명-우리 할머니는 무당이었습니다. 우리 동네 일대에서는 알아주는 무당이었다는데, 우리 어머니께서 점을 치러 가면 점쟁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아들내미가 연극하는 것은 할머니가 시켜서 ‘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연극은 나의 운명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그런데 연극을 하면 할수록 ‘약간의 잘난 체’와 ‘운명’만으로는 내가 그렇게 열심히 하는 연극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뭔가 허전하고 모자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을 했습니다. ‘왜 연극을 하냐고?’,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요.’

요즈음 나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연극한지 27년 만에 겨우 찾아낸 내 마음에 드는 연극하는 이유입니다. ‘연극하면 정말 행복하세요?’ 하고 사람들이 되묻습니다. ‘당연히 행복하죠!’까지만 겉으로 대답하고 속말로 이렇게 말합니다.

‘연극을 하니 사람 사는 모양을 이해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표현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세상 사는 원리를 공부하고 사유할 수 있으니까 행복하고, 그렇게 고민한 것들을 관객들과 나눌 수 있으니까 행복하죠.’


 고능석 (전문예술법인 극단 현장 상임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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