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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 플러스 <110>황매산맨몸 드러낸 겨울산엔 눈꽃 핀 능선의 미학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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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2.12  22: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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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에서 보이는 지리산. 왼쪽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 오른쪽 낮은 봉우리가 중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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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호


황매산(1113m)은 봄철 철쭉의 산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봄이면 모산재에서 황매산까지 수십 만평에 이르는 고원지대에 철쭉이 만개해 천지가 핏빛과 분홍빛으로 물든다. 이로 인해 경향각지의 등산객 수만 명이 몰려들어 이 일대는 사람과 꽃의 바다,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러나 황매산이 철쭉의 산으로만 각인되는 것은 아쉬운 면이 있다. 민둥산의 고원을 떠나 황매봉 정상에 올라 삼봉∼상봉구간을 걷다보면 이 산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지리적으로 광활한 사방에 국내 최고의 명산을 아우르고 있는 특이한 곳에 위치해 있다. 남서쪽에 국립공원 1호 지리산, 북쪽에 국립공원 덕유산, 북동쪽에 국립공원 가야산, 남동쪽에 한우 자굴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산 그리메의 너울이 끝없이 펼쳐진다.

주변의 산들이 마치 황매산을 보물처럼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형세가 활짝 핀 매화꽃잎을 닮았다고 해서 황매산이라고 부른다.

실제 정상 황매봉에 올라보면 주변의 산들로 인해 꽃잎 속 수술에 홀로 서 있는 것처럼 신비한 느낌을 준다. 다르게는 황매산의 황(黃)은 부유함, 매(梅)는 귀함을 의미해 풍요로움의 상징이기도하다.

또한 이 계절 정상 삼봉 상봉으로 이어지는 구간에는 눈꽃이 피었고, 암릉에는 갖가지 형상의 기묘한 바위들이 즐비해 산행의 묘미를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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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코스는 영화주제공원 주차장→샘터 제단→부암산 갈림길 이정표 능선→데크→전망대(1055m)→황매봉→삼봉→상봉(800m) 하산→오토캠핑장→영화 ‘태극기휘날리며’ 촬영지→황매산성 능선→영화주제공원 주차장 회귀. 휴식포함 5시간 소요.

▲오전 8시 30분, 신촌마을 뒤 시멘트로를 따르면 영화주제공원 주차장까지 차량통행이 가능하다.

주차장까지 고도를 훌쩍 끌어올린 만큼 황매봉이 코앞에 다가와 있고, 뒤편 남서쪽엔 눈 덮인 지리산이 병풍처럼 다가선다. 왼쪽 천왕봉에서 오른쪽 노고단까지 장벽이 둘러쳐진 모습이다. 어찌 보면 산이 아니라 대양에 이는 거대한 파도 같다. 덕유산은 북동쪽에 있다.

통나무로 계단을 만든 등산로를 따라 발길을 옮기면 영화주제공원 조성 시 함께 만든 것으로 보이는 연못과 산제를 지내는 제단, 돌팍샘이 차례대로 나온다. 등산로 양옆에는 이 산의 자랑 철쭉 군락지대이다.

9시, 통나무 계단 끝 능선에 올라서면 산 너머에 광활한 신세계가 펼쳐진다. 산 위에 시야가 탁 트이는 고원지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시야의 반은 하늘, 그 반은 초원이다. 초원에는 억새와 고사목의 물결이 끝없이 펼쳐진다.

테크시설은 이곳에서 황매봉 정상까지 이어져 있다. 황매산 철쭉제 등으로 산청군이 갖가지 편의시설을 한 덕분이다. 오른쪽은 부암산으로 가며 왼쪽이 황매봉 방향이다.

급격하게 고도가 높아지고 주변의 산들은 상대적으로 눈 아래로 내려간다. 1915m의 지리산 천왕봉도 속절없이 낮아진다.

전망대에 보는 지리산은 진주 등 남쪽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반대로 보인다. 오른쪽 노고단에서 왼쪽 천왕봉이다. 따라서 천왕봉과 중봉의 위치도 다르게 보여야 하나 진주 등 남쪽에서 보는 것과 같이 왼쪽 천왕봉, 오른쪽 중봉이다. 주릉이 천왕봉 주변에서 크게 휘어들어 오면서 생긴 현상이다.

황매봉까지는 바위가 주류를 이루는 황매능선이 시작된다. 얼마 전 내린 눈이 쌓여 있어 겨울산행의 진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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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처럼 펼쳐지는 산그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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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삼봉


오전 9시 50분, 정상은 바위로 돼 있다. 흑요석의 작은 정상석 4면에 황매봉(黃梅峰)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번에는 덕유산과 가야산이 시야에 들어온다. 그 앞으로 비계산 우두산 오도산이 펼쳐진다. 이 산이 3개의 국립공원 중앙에서 피어난 매화보물임을 실감할 수 있다.

무학굴은 정상에서 50m 지점에 있다. 무학대사가 이 동굴에서 수도했다고 한다. 그는 합천 대병면 출신으로 훗날 이성계를 도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다. 대사와 이성계가 주고받은 대화는 유명하다.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

꼭 낙타의 등처럼 생긴 삼봉으로 향한다. 바윗덩어리 삼봉은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 주변의 다른 산에서 황매산의 위치를 찾는데 포인트로 활용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와 똑같이 생긴 삼봉이 맞은편 비계산에도 있다.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눈 쌓인 등산로는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아 어떤 곳은 무릎까지 푹푹 빠져 들어간다. 스패츠를 착용하지 않아 눈이 등산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정신이 번쩍번쩍 들게 한다.

오전 10시 20분, 삼봉의 첫 봉우리에 올라서면 합천호가 등장한다. 인공적으로 조성한 댐이지만 그 짙푸른 물빛과 물가의 황톳빛이 격한 대비를 이뤄 원시의 늪처럼 조형적이다.

삼봉은 이 산의 정기가 총결집해 있는 봉우리다. 세상 사람들은 이곳에서 세 사람의 현인이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특히 이 세 개의 봉우리를 넘으면서 지극정성으로 기원을 하면 본인이나 후손 중 훌륭한 현인이 태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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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에서 바라본 황매봉과 눈덮인 능선.
삼봉은 아담해 보이나 산 아래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곳곳에 로프에 의지해야 할 만큼 높고 험한 벼랑으로 구성돼 있다. 발이 빠지거나 추락할 수 있는 허방과 어깨를 비벼서 통과해야 하는 석문이 차례로 이어진다. 눈까지 쌓여 산행하기가 녹록지 않다. 그러나 서둘지 않고 서로 손을 잡아 끌어주고 밀면서 천천히 진행하면 암릉 산행의 묘미가 온몸에 전해진다.

상봉 못 미친 기슭에 서서 온 길을 뒤돌아보면 유려한 산줄기가 장쾌하게 이어진다.

오전 10시 40분, 산이 험한데다 주변의 볼거리가 많아 시간이 지체되기 일쑤다. 이 코스 마지막 봉우리 상봉에 올라선다. 갈림길로 오른쪽으로 급히 꺾어 내려서면 오토캠핑장으로 내려갈 수가 있다. 왼쪽 방향으로 직진하면 합천호 곁으로 다가가 대병면사무소 부근에 닿는다. 긴 코스로 1시간 30여분이 소요된다.

20여명 정도가 쉴 수 있는 공간인 정자가 세워져 있다. 취재팀은 상봉에서 휴식한 뒤 오른쪽으로 꺾어 철쭉군락지인 황매고원 오토캠핑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끄아악∼끄아악’ 짝짓기를 하려는 고라니 특유의 울음소리가 평원을 울린다.

모산재 방향 영암사지에는 독특한 불교조각 수십 점이 숨어 있다. 폐사지 답사 1순위로 꼽히는 영암사지에는 금당지, 서금당지 등의 건물 터와 삼층석탑, 쌍자사석등, 귀부 2기, 기단, 무지개형 계단이 남아 있다.

금당터 기단에는 가릉빈가를 비롯해 개의 머리를 한 사자 등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폐사됐지만 신비한 절터로 꼽힌다.

오전 11시 50분, 취재팀은 상봉에서 휴식 후 오른쪽으로 꺾어 철쭉밭인 황매고원 오토캠핑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길은 비교적 수월해 한시간 만에 오토캠핑장에 닿는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이 주변에서 촬영됐다. 1950년 한국전쟁 때 본의 아니게 전장으로 끌려가게 된 두 형제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진태(장동건)·진석(원빈)의 운명적인 전쟁 이야기기 펼쳐진다.

황매산이 촬영무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이곳에 우연히 산불이 나면서 전쟁터 같은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오후 1시 30분, 황매산성과 능선을 넘어 철쭉군락지 통나무 계단을 내려서 주차장으로 회귀한다. 주차장에서 겨울 푸른 하늘과 어울려 있는 황매산을 바라보면 눈이 시려온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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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벼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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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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