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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국제시장'과 '한국을 아십니까'권순기 (경상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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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1.11  20: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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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경상대 학생 간부 30여 명과 함께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했다. 영화는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서도 오로지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영화를 통하여 학생들에게 부모 세대 또는 조부모 세대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지금 학생들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누리고 있는 첨단 문명의 혜택과 자유 민주주의는 과연 어디에서 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학업과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용기를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학생들과 나는 영화를 보는 동안 눈물을 흘리며 영화가 주는 내용과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였다. 수십 시간 동안 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나 두꺼운 역사책을 읽게 하는 것보다 한 편의 영화가 주는 감동과 울림이 더 크지 않았나 싶다.

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할 때마다 ‘한국을 아십니까?(부제: 기적을 믿으십니까?)’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보여준다.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낸 이 동영상은 광복 이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모든 걸 잃었던 우리나라가 오늘날과 같이 발전해온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50여 년 전 그들은 모든 걸 잃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동영상은 ‘꿈이라고는 오직 굶지 않고 하루를 넘기는 것이며 이 배고픔이 대물림되지 않기만을 바랐던’ 우리 국민이 이루어낸 현대사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학생들은, 서독이 필요로 하는 간호사와 광부를 보내 그들의 봉급을 담보로 서독으로부터 1억 4000만 마르크의 차관을 얻은 이야기, 월남전 참전용사들의 전투수당으로 고속도로를 건설한 이야기에 자기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어린 소녀들은 가발 공장, 봉제 공장, 신발 공장, 섬유 공장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수출 상품을 만들었고 어린 동생들의 학비를 벌었다는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히는 학생이 많다. 그 ‘참전용사’는 자신들의 할아버지이고, 그 ‘어린 소녀’가 바로 자신들의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잘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던 우리나라 현대사를 보고 들으며 부모세대 또는 조부모세대의 비극, 슬픔, 고통, 그리고 인내, 극복, 영광에 대해 공감한다. 지나간 세대의 값진 희생과 노력이 뒷받침되었기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사실을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학생들은 광복 이후 역경을 이겨내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어낸 세대에 감사할 줄 안다.

그리고 학생들은 자기에게 드리워져 있는 불투명한 앞날의 안개를 걷어낼 힘을 얻고, 진로ㆍ직업 선택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는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추스르기도 한다. 이것은 온갖 좋은 말과, 위로와 격려로 포장된 ‘인생 지침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영화 ‘국제시장’이나 ‘한국을 아십니까?’ 동영상은 머리로 이해하기 이전에 가슴으로 먼저 느끼고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 세대 공감과 소통은 논리가 아니라 감성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대 간의 공감과 소통을 계기로 사람들이 자기 부모나 조부모 같이 앞선 세대의 인생역정을 거울삼아 자신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았으면 좋겠다. 부모의 삶을 통하여 즐거움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배우고 아픔을 이겨내고 고통을 참아내는 슬기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영화 한 편, 동영상 한 편이 새해를 맞이하여 무엇인가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우리 젊은이들에게 큰 감동과 용기,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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