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길
[경일포럼]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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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점석 (창원 YMCA명예총장)
소설가 박민규는 ‘눈먼 자들의 국가’에서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우리는 눈을 떠야 한다. 우리가 눈을 뜨지 않으면 끝내 눈을 감지 못할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물론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마음 편한 사람도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미안해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2014년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미안한 마음으로 새해 첫날인 1월 1일 오전 9시, 추모시집 한권을 들고 창원을 출발했다.

어떻게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났을까. 끝이 없는 우리 사회의 욕망,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실종, 정치권의 거짓말 등등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다음에는 내가 만약 ‘세월호’에 있었다면 구명조끼를 청소년들에게 양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생명보다 상부보고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가 쉽지 살신성인으로 청소년들을 탈출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우선 살고 보자는 생각에 제일 먼저 도망치지 않았을는지, 절망적인 순간에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지 자신할 수 없었다. 슬퍼지다가 다시 화가 나고,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화가 나고,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다시 화가 났다.

4시간 30분이 걸려서 도착한 팽목항에는 세찬 바람과 눈이 오고 있었다. 평소에 바다는 모두 파란색이니까 어디나 모두 똑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어시장의 마산항과 명량해전의 울돌목 그리고 세월호의 팽목항은 같을 수가 없었다.

세찬 바람이 불고 있는 방파제 양쪽에는 수십 장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가운데 배 160척, 비행기 30대, 잠수부 500명이 투입된 지상 최대의 구조작전이었는데, 정작 사고 첫날에 투입된 잠수부는 고작 16명이었다는 현수막 앞에서 관련 당국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대까지 걸어가는 동안에 세찬 바람은 너무 늦게 찾아왔다고 나무라는 것 같았다. 등대 앞에는 구원을 상징하는, 노아의 방주를 닮은 하늘나라 우체통과 416을 기억하자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방파제에서 100m 정도 아래쪽에 대여섯 동의 가건물과 천막이 있었다. 입구에는 전경으로 보이는 청년이 부동자세로 등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등대에는 방문객이 몇 십 명 정도가 있었으나 이곳은 썰렁했다. 가족전용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유가족과 방문객 10여명이 있었다. 딸을 기다리는 엄마, 조카와 동생을 기다리는 유가족 분이었다. 고생이 많으시다고 인사를 하였더니 오히려 좋지 않은 날씨에 먼 곳에서 찾아왔다면서 고맙다고 했다.

돌아오는 마음은 여전히 답답했다. 가족들이 터무니없는 보상금을 요구하고 국립묘지에 묻어 달라는 주장을 한다고 매도하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만큼 슬퍼했으면 됐다는 사람도 있다. 비록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이제 그만하자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 아무리 슬퍼해도 되돌이킬 수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잊을 수가 없다. 나도 1999년 유치원생 23명이 화재로 죽은 씨랜드 사건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누구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더 이상 잊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팽목항을 다녀왔다. 우리들의 망각이 이들을 죽였다는 생각이다. 세월호를 기억하고 피해자를 추모하는 기도를 드리는 것이 더 이상의 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다. 금년 4월 16일에는 천개의 바람이라는 노래를 불러야겠다.

 
전점석 (창원 YMCA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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