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희망이 있어 살기 좋은 나라
[경일시론]희망이 있어 살기 좋은 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4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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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희망이 있으면 어려운 세월도 잘 견디며 살아간다. 이전에는 어려운 집안에 태어났어도 열심히 일하다 보면 잘살수 있다는 것을 희망으로 믿고 살았다. 하지만 요즈음 우리 주위에서 ‘희망’이라는 단어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눈에 띄는 구절은 ‘희망의 2015년’이다. 희망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귀가 번쩍 뜨인다. 정말 ‘희망이 있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학생들과 장래 진로를 두고 대화를 해보면 그들이 얼마나 절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뭐, 길이 보이지 않아요. 뭘해야 할지.” 그들은 대개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고 절망한다. 뭔가 그들에게 절망에서 해방시켜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 하지만 “그저 열심히 하다 보면 잘될 수 있을 거야”라는 위로만으로 그들에게 희망의 통로를 찾아주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요즈음 청년들이 좌절하는 이유는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란 좀체 힘든 미래에 대한 절망감에서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주인공인 ‘개츠비’가 처한 삶의 이야기는 불평등이 심한 미국 사회제도가 세대 간의 계층 이동성이 낮아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근거로 사용된다. 그는 가난한 집에 태어나 성공의 야망을 품고 신분상승 기회를 잡고 대부호가 되지만, 꿈꾸던 상류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 경제전문지인 ‘포브스’의 자료를 보면 ‘개츠비 이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갑부 중에 자수성가한 사람의 비율이 우리보다 2배나 높다. 이를테면 우리사회는 신분이동 장벽이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는 뜻이다.

대통령의 신년사에서 이야기한 ‘희망의 2015년’이 되기 위해서 무엇보다 ‘희망 잃은 20대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신년사를 잘 살펴보면 경제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청년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소홀하다. 단지 “노동시장이 개선되면 미래세대인 청년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원론 수준의 이야기로 그친다. 이 노동시장 개선의 핵심은 청년들이 꿈에 도전하는 희망의 길을 열어갈 수 있는 노동여건 개선이라는 대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들이 절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 시대의 청년은 불안정한 일자리와 기약 없는 취업준비에 온통 시간을 빼앗기며, 취업한다 해도 높기만 한 주거비용으로 인한 대출비 상환으로 쩔쩔매는 게 그들 앞에 놓인 현실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사실상 지난해 합의한 노동시장의 구조개선의 개혁방향은 지엽적인 문제로 문제의 본질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고용시장은 어느 나라보다 비정규직비율 뿐 아니라 정규직과의 소득격차가 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도 소득격차가 너무나 크다. 따라서 개혁방향의 핵심은 청년들에게 정규직으로의 진입통로를 넓혀 주는 일에 있다. 안정된 일자리는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을 열정적으로 일하도록 이끈다.

청년들의 좌절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 주어야 벗어날 수 있다. 청년들이 느끼기에 미래가 암울하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도 없다. 그들이 도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사회 속에 희망이 보이지 않아서이다. 올 한 해의 시작, 우리 청년들에게 그들의 젊은 시절을 가장 역동적이면서도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살기 좋은 나라의 원년이었으면 좋겠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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