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갈등과 소통, 그리고 삶의 품격
[의정칼럼]갈등과 소통, 그리고 삶의 품격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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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영 (경남도의회 의원)
요즈음 세간에 ‘갑(甲), 그것도 슈퍼 갑’이란 썩 기분 좋지 않은 신조어가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슈퍼 갑은 우월적 위치에서 도를 넘는 횡포로 많은 이들을 아프게 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땅콩 회항 사건, 아파트 경비원의 자살, 백화점 갑질 모녀 사건 등 갑의 횡포는 불편한 진실뿐만 아니라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갈등의 발생 자체를 문제시하는 인식이 강했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곳에 갈등이 없을 수는 없다. 게다가 사회가 복잡·다양해지게 되면 갈등 역시 복잡하고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이렇듯 피해갈 수 없는 갈등에 대해 ‘소통보다는 힘에 의한’ 결말을 선호해 왔던 것이 그간의 우리사회였다. 갈등을 단칼에 해소하지 못하면 무능한 것이고, 반면 간단히 해소하면 관련자의 입장에 따라 극단적으로 ‘결단력이 있다’거나 ‘독선적이다’거나 둘 중 하나의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해소된 갈등은 없었다. 표면에서 잠시 사라졌을 뿐, 언젠가는 재발·재현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우월적 지위에 기반한 갑질’로 인한 갈등은 구조적인 문제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소가 불가능한 문제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행 제도나 체제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런 갈등은 해소될 수 없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지난 수십 년 간 우리사회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일의 능률과 개인의 능력’이 최고의 가치였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했으니 다음 단계로 ‘삶의 품격’을 가다듬어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사회가 겪었던 꼴사나운 갑질이 워낙 많았던 탓에 사회적 분위기는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본다.

이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천박한 갑질’이 부끄러운 행위라는 것을 사회 전체가 인식하도록, 국민의식이 전환되도록 하는 일종의 국민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머리띠 두르고 길바닥으로 나서는 거창한 운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개인간, 단체간, 기관간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 집단간 상호불신의 벽을 허물고, 기득권 집단 내에 존재하는 시대착오적인 선민의식을 약화시키자는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등 ‘소통의 채널’은 다양하게 열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직은 ‘보여주기’ 수준이다. SNS 채널을 이용하는 자체가 ‘소통’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권위와 지위, 그리고 권력의 오·남용에 대한 포기를 가능케 하는 3만달러 수준에 걸맞은 ‘선진 국민의식의 공유’를 위한 ‘무한소통의 장’, 바로 그것이다.

필자 개인이 우리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큰 판을 벌일 능력은 없다. 그래서 2015년에는 마음맞는 의원들과 힘을 모아 ‘도민과 소통하는 열린 의회’의 콘셉트에서부터 시작할 참이다. 출발점은 지역사회가 가진 모든 갈등 요소를 가감없이 노출시키는 일일 것이고, 그 다음은 ‘소통’을 통해 다양한 갈등해소의 방법을 모색하는 단계가 될 것이다.

도의원이면 경상남도 전체를 염두에 두어야 하지만, 솔직히 우리 고장이 좀 더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연초에 해돋이를 보면서 항공국가산업단지 지정을 계기로 서부 경남지역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기를 한참 동안 기원했다.

 
양해영 (경남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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