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주남의 겨울은 손님으로 풍성하다
[의정칼럼]주남의 겨울은 손님으로 풍성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1.2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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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낙동강 범람으로 생겨난 자연습지인 주남저수지에 들어서면 힘찬 날갯짓으로 수면을 박차고 하늘 높이 치솟는 수백, 수천 마리 철새들의 비상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겨울 석양에 물든 하늘을 등지고 남쪽을 향해 V자형으로 무리지어 날아가는 철새떼의 모습은 잊지 못할 감동과 추억으로 남는다.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고니, 재두루미, 노랑부리저어새는 물론 청둥오리, 가창오리, 큰기러기 등 20여종의 철새가 몰려드는 주남저수지는 경치가 빼어나기로 이름 높다. 먼 시베리아로부터 날아온 희귀조인 노랑부리저어새의 우아한 날갯짓과 청둥오리들의 평화로운 유영, 힘찬 비상은 단조로운 일상과 도심에서의 탈출 욕망을 잠시나마 충족시켜 준다. 창원 동읍에 위치한 주남저수지는 대개 주남·동판·산남 저수지를 통틀어 말한다. 총면적이 8.98㎢쯤 되는 세 저수지에는 붕어마름, 검정말, 개구리밥 등 수초가 풍부해 철새들에겐 천혜의 서식지다.

인근의 생태학습관은 탐조객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북으로 무슨 새인지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망대에 오르면 저수지 내 섬처럼 생긴 갈대밭 언저리에서는 새카맣게 무리지어 앉아 있는 각종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매년 4~6만 마리만 날아오는 노랑부리저어새의 자태는 아름답고 우아하다. 국제조류협회가 지정한 대표적인 절종위기의 희귀조인 노랑부리저어새는 몸길이 70cm안팎의 흰 몸에, 주걱모양의 검은색 부리 끝이 습지 갯벌에서 작은 민물고기와 개구리, 조개 등을 주 먹이로하며 간혹 식물의 열매도 먹는다.

예부터 동서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로부터 호수의 여왕으로 대접받고 있는 고니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진객(珍客)이다. 일반인들이 흔히 백조라고 부르는 고니는 시베리아에서 번식하고 가을철이 되면 월동지인 한반도의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면서 이동한다. 동판저수지는 철새가 많지 않지만 저수지의 색다른 운치를 맛볼 수 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풍경, 새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일몰 풍광은 놓칠 수 없는 풍경이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철새들의 비상은 겨울이 선사하는 드문 볼거리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恨)이 있어서 매일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이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김승옥의 무진기행 중)

자연과 사람이 만나고 교감하는 ‘주남’은 창원의 명산물인 것이다.

이상인 (창원시의회 경제복지문화여성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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