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숲과 자연의 선물을 나누는 실천
[경일포럼]숲과 자연의 선물을 나누는 실천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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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인간의 가장 큰 가치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사는(Living Well) 것이다. 그렇다면 잘 살기 위한 실천은 무엇인가. 얼마 전 전 산림청장이 퇴임하고 천리포수목원장도 마친 후 숲해설사가 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17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얻은 새로운 직장인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의 부인도 숲해설사 자격을 얻고 함께 일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것이 대수로운 일이라고 필자가 생각하는 이유는 최고 고위직을 마치고 아래로 내려와 평생 해 왔던 일을 통해 봉사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았다는 사실이다. 대체로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아래로 내려오게 됐을 때 결코 높은 자리에 있었을 때를 잊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장 평범한 자리로 돌아가 그동안 배우고 익히고 알게 된 일을 설명하고 즐기면서 봉사한다는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필자는 그것이 요즘의 트렌드인 웰빙(Well-Being)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숲 그리고 자연에 몸담는 일을 했고, 또 숲정신·자연정신을 잘 익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서울 강남에서 안 좋은 사건이 있었다. 실직을 했어도 11억원을 호가하는 집을 지니고 있었지만 강남이라는 기득권을 놓고 싶지 않아 처참한 일을 저지른 가장에게서 나는 그가 평소 숲과 자연과 가까웠다면 그런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득권을 내려놓을 용기는 무위로부터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무사(思無邪)가 숲과 자연에게서 배울 수 있는 정신이다. 숲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가치를 담아내는 마음의 표현을 제대로 이행하려면 이렇게 기득권을 내려놓고 어울리고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위직을 놓고 나왔을 때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자리로 갈 수 있을까 노심초사한다. 그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나 그러한 일들은 궁극적으로 자신과 주변의 행복은 아닐지 모른다. 아래로 내려와 평범한 행복을 만끽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 것이다. 그뿐인가. 수십 년 배우고 익히고 알던 것들을 베풀고 나누는 것이야말로 행복의 발로인 것이다.

숲에는 문화가 있고 역사가 있고 정서가 있으며, 삶의 본질이 있다. 숲에 들어 마음 편하지 않은 사람이 없고, 숲에 들어 선하지 않는 사람이 없고, 숲에 들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어느 숲이건 한적하게 소요하며 사색하고 즐기는 것이야말로 건전한 웰빙이고 숲에서 배운 정신은 온전히 그를 나누는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숲에서 어떤 나무, 어떤 풀이 내 잘났다고 한 적 있는가. 모두가 어우러지고 나누며 도와가며 살고 있지 않은가. 나무들이 잎을 틔우는 것을 보면 그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어느 잎사귀 하나 다른 잎사귀를 침범하지 않는다. 서로 양보하고 공유하며 나누고 있는 것이다. 숲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잘 배워야 하고, 그 배움이 올바를 때 앞서 말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인간유전자에는 숲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형질이 있다. 숲과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마음을 키워주는 것이 진정한 웰빙이며, 건전한 문화생활이다. 그리고 자리를 내어놓았을 때 봉사하고 나누는 정신도 그로부터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숲의 정신이고 자연의 가르침이다. 정말 잘 사는 것이 무엇일까. 옛 어른들이 말씀하듯 마음이 편하면 잘 사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하는 곳이 숲이고 산이 아닐까. 그리고 그 숲과 자연의 정신을 온전히 배워 실천하는 삶이 아닐까.

 
박재현 (국립경남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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