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야기>공양미 삼백석
<농업이야기>공양미 삼백석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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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경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벼담당 박사)
저녁 밥을 먹고 한가하게 신문을 뒤적이고 있는데 초등학교 다니는 둘째 녀석이 심청전 이야기를 읽다 말고 질문했다.

“아빠!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을 시주하면 심봉사 눈을 뜨게 된다는 말을 듣고 용왕신의 제물로 바칠 처녀를 사러 다니는 뱃사람들에게 팔려가는 대목이 있잖아, 여기서 삼백석이 도대체 얼마 정도의 양이야?”

나는 예전에 심청전을 읽으면서도 이런 사소한 것에 대하여는 의문을 가진바가 없다.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도대체 삼백석이 얼마나 되는 양일까? 이참에 요즘에는 잘 안 쓰는 단위인 석에 대해여 알아보고자 이런 저런 자료를 찾아봤다.

사전적 의미로 석(石)은 한자이고 순수 우리말로는 섬이라는 말로, 곡식의 무게가 아닌 용량을 나타내는 단위의 하나다. 한 말의 열 곱절인 180ℓ 크기의 용기에 담긴 정곡(도정한 상태)의 무게를 나타낸다. 곡물에 따라서 무게가 달라지는데 쌀의 경우는 144㎏이고 보리는 138㎏이며 콩은 135㎏다.

석의 유래는 장정 한명이 짊어질 수 있는 최대의 용량이라는 설과 성인 한명이 연간 소비하는 식량이라는 설도 있고, 짚으로 엮어 만든 가마니에 담을 수 있는 용량이라는 등 여러 가지 유래를 가지고 있다. 80년대까지만 해도 연말에 발표하는 쌀의 생산단위를 석으로 발표했다. 아마도 우리나라 인구수만 알고 있으면 필요로 하는 쌀의 수요량과 생산량을 쉽게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최근의 1인당 쌀 소비량이 한 석의 절반에 불과한 67㎏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두 번째 유래의 석의 의미는 많이 퇴색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보도되는 정부의 쌀 생산량 발표 자료에서도 수량단위로 석을 사용하는 모습은 예전에 비해 보기가 힘들어 졌다.

심청전으로 다시 돌아가면 쌀 삼백석을 ㎏ 단위로 환산해 보자. 공양미 삼백석에 한 석당 쌀 무게 144㎏을 곱하면 4만 3200㎏이 된다. 40㎏ 들이 쌀가마로 1080포다. 이를 요즘 쌀값(8만 7500원/40㎏)으로 환산하면 9500만원 정도로 심청의 목숨 값이 요즘 가치로도 적지 않은 돈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관세화를 통한 수입개방의 빗장이 열려 우리 쌀이 여러모로 어려움을 격고 있다. 공양미 삼백석에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는 그 지극한 효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자신은 환생하여 황후가 되고 심 봉사의 눈도 뜨게 했다. 쌀 생산 및 가공·유통 등 쌀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들이 심청의 지극한 마음으로 소비자를 감동시켜 나간다면, 우리 쌀 산업도 국민들의 온기로 환한 연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김영광 경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벼담당 박사

 
김영광 경남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벼담당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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