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대통령의 ‘馬耳東風사고’에 ‘간덩이 부은 비서’
[경일시론]대통령의 ‘馬耳東風사고’에 ‘간덩이 부은 비서’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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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은 인사개편은 한마디로 쇄신은 없는 기대 이하였다. 과연 이런 수준의 인적 개편으로 악화된 민심을 되돌릴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지 놀라울 뿐이다. 국정 난맥이 총리·내각으로 인해 빚어진 게 아니며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핵심 집권세력이 책임져야 한다면, 이를 풀기 위한 해법은 자명하다. 사면초가 판국에 총리·내각 교체만으로 인사쇄신이라고 봐줄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쇄신과 소통을 요구해온 민심을 제대로 수용했느냐는 점에선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 턱없이 못 미친 미흡한 인사였다. 우선 국정문란과 기강해이를 초래한 책임의 한가운데 있는 3명의 비서관· 비서실장을 유임시킨 건 실망스럽고, 위기돌파도 못한다. 민심을 역행한 ‘절망스러운 인사’였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크고 작은 일을 가리지 않고 챙겨온 그대로였다.

총리·내각교체로 국민 인적쇄신 평가해줄까

박 대통령은 ‘비선 국정 농단 의혹’ 및 문건유출 파동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민심과 정반대로 가는 모습을 거듭했다. 신설한 특보도 ‘옥상옥’ 격이어서 컨트롤을 강화하기 위한 카드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나온다. 국정운영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 지지율이 임기 말에나 나옴직한 30%대에다 부정여론도 60%대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거듭 갱신했다. 골든타임도 놓치고 있어 과연 역대 대통령들이 개혁은 고사하고 겪었던 ‘3년차 레임덕 징크스’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완구 총리후보자의 일성이 “무너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고 국민·야당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에 기대가 크다. 대통령께 쓴소리와 직언을 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밝혔다. 그간 많은 총리가 인사청문회만 넘기면 얼마 안 가 의전 총리, 대독총리, 있으나마나한 총리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 5월 원내대표에 선출됐을 때 “대통령께 어려운 고언의 말씀을 드릴 생각이다”고 했지만, 지금껏 실천에 옮긴 적이 없다. 여당 지도부의 오찬 때는 청와대 문건파문으로 정국이 어지러운 상황인데도 쓴소리는커녕 “대통령 각하”라는 말을 세 번씩이나 하는 등 예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런 자세라면 직언은 고사, 대통령의 친정체제를 강화하는 ‘받아쓰기 총리가 되기 십상’이다.

국민들은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불신ㆍ불안ㆍ불만 등 ‘3불(不)’ 심리가 가득한 것의 청산이 시급하다. ‘3불’을 해결하지 못하면 4대 개혁, 경제살리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룰 수 없고, 결과는 ‘불행한 나라’가 된다. 메모 파동, 13월 월급파동대란, 항명파동, 친박과 비박갈등, 건보, 증세 등 안갯속 정국의 악재 대처를 보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마치 ‘콩가루 집안’ 같다.

비서가 ‘어찌 감히 焉敢生心’

‘나라의 중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르겠다’며 대통령과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추어에다 공직기강까지 무너지면서 ‘간덩이’가 붓지 않고는 청와대 비서가 ‘언감생심(焉敢生心), 어찌 감히 항명’과 여당 대표를 거론한 그런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이 국민과 맞서겠다는 ‘마이동풍(馬耳東風) 사고’부터 종식시켜야 한다. 정책혼선에 대해 긴급 ‘정책조정 강화회의’를 했지만 역주행 정책에 끝없는 인사잡음도 대통령의 리더십이 달라지면 국정혼선도 수습된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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