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길, 우리가 걸어온 · 걸어가는 · 걸어가야 할
[경일포럼]길, 우리가 걸어온 · 걸어가는 · 걸어가야 할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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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길, 짧은 단어이고 항상 우리 곁에 있는 단어이지만 개인마다 연상하는 것들이 이토록 상이한 단어는 흔치 않다. 이는 ‘길’의 의미가 단순히 ‘지표면 위에 놓인 물리적 도로’라는 뜻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상당히 넓은 범위로 추상화되기 때문이다. 그 예시 중 대표적인 것으로는 인생과 정도(正道)를 들 수 있다. 이 두 가지의 예가 특히 많은 스펙트럼을 지닌다. 인생은 사람마다 다르고, 정도 또한 가치관의 문제이기에 구체적인 의미는 말로써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왜 하필 길이 인생과 정도를 의미하는 단어가 된 것일까. 그것의 출발점이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맹자의 글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인(仁)은 사람의 편안한 집이요, 의(義)는 사람의 바른 길이다’라는 구절인데, 이는 길이 출발점과 도착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일 테다.

물론 그냥 그 길 위에 있는 상태를 강조할 때는 그것이 무시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길은 우리가 어디로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기에 그 출발과 도착의 목표가 있는 것이다. 맹자는 그 길의 끝을 정(正), 바른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길에 가치관을 포함시켰다. 그리고 그것의 성격을 의(義), 마땅한 것, 즉 당위의 것으로 설정함으로써 그 길을 가야 할 필요성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의(義)는 ‘대략적으로 어떤 것이다’라고 설명할 수는 있지만, 어떤 것들이 해당되고 해당되지 않는지를 모두 나열하기는 힘들고 또 나열한다고 하더라도 개인마다 인정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 말 그대로 당위의 문제여서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으로부터 길의 의미는 또 인생으로 확장된다. 사람들은 같은 의(義)라는 목표 지점을 지니고 나아가지만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하는 길이 다를 수 있고, 또 의(義)라는 이름은 같지만 같은 곳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의(義)가 정로(正路)라는 점에서 가야 할 길이지만, 그것이 고정불변의 구체적인 것이 아니기에 사람마다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가 항상 고뇌의 원천이 되며, 그 길을 걸으면서도 생각이 수도 없이 바뀌게 된다. 즉 길이 ‘인생이라는 의미와 정도’라는 의미는 서로 통하지만, 그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는 우리는 끊임없이 고민해 왔고 계속 고민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선조들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석학들도 나라 차원을 떠나 인류 차원에서 쉼 없이 고민해 왔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렇듯 길은 사람의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리고 그 길은 수없이 많으며 출발점과 도착점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가 그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며,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라는 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유행했다가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했다가 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걷는 길이 마냥 화창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고, 언제 내릴지 모르는 비를 피하기 위한 길을 찾아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리학에서 임의대로 떨어져 나온 입자들이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비록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인생이긴 하지만 이것을 떠나 자신이 걸어온 길이 맞는지, 그리고 가야 할 곳이 맞는지에 대해서 항상 고민한다면 그 길은 바른 곳으로 이어질 것이다.

 
윤창술 (경남과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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