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역사는 발전하고 있는가
[경일시론]역사는 발전하고 있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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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쓴 일기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고 기록했다. 세계적 역사철학자 아놀드 토인비도 역사는 등장과 응징의 연속이며 그 과정에서 발전을 거듭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와 사회현상을 보면 그런 시각과 논리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조선 중·후기에 기승을 부려 국가발전을 저해하고 왜구의 침략을 불러 국가를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아넣은 당파싸움은 지금도 정치현상으로 남아있다. 사림들이 붕당을 이뤄 정권다툼을 벌여 동, 서, 남, 북인으로 나뉘더니 다시 노론, 소론으로, 대북, 소론으로 붕당을 이뤄 세력다툼을 벌이던 그때나 친박과 비박, 친노와 비노로 구분되더니 다시 동교동계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고 있다.

국가가 처한 상황도 그러하다. 일본이 한반도침략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나 일본을 다녀온 사절단조차 양분되어 각기 다른 시각으로 보고했고 마침내 임진왜란이란 엄청난 침략전쟁에 내몰렸다. 당파싸움으로 침략대비나 양병 주장도 무시한 결과였다. 오늘날 동북아정세가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강화, 북한의 핵무기개발로 인한 긴장고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정치는 여전히 붕당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아직도 당파싸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그러나 정치의 파당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소위 종편이라는 매체들이 이런 현상을 침소봉대하고 부추긴다는 시각을 버릴 수가 없다. 종편은 방송시간의 대부분을 뉴스와 뉴스해설로 편성해 채널만 돌리면 쉽게 접할 수 있다. 뉴스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정치권소식에 할애해 실시간으로 정계의 움직임을 알 수 있다. 종편이라는 방송의 성격과는 거리가 먼 뉴스채널화 된 것이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정책소개나 바람직한 대안제시보다는 정책의 이면과 인맥과의 상관관계 어느 정파에게 유리한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우리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나 복지, 문화, 교육 등은 아랑곳 않고 오로지 정치에만 매몰되어 있다. 그것도 몇몇 정치평론가들이 이 종편, 저 종편을 옮겨 다니며 모든 정치적 뉴스를 파당적 프레임의 시각으로 재단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사회의 언론은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법, 사법, 행정이 모두 언론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법기관의 판단도 적정성 여부를 재단하니 그런 시각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현상에 대한 프레임에 갇힌 파당적 분석이 붕당정치를 더욱 고착화시켜 역사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종편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기능은 거의 없다. 자체 내의 심의, 감시기능은 매우 형식적이고 미약하다. 외부인들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도 주변인물이거나 비전문가들로 구성돼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언론도 감시하고 비판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언론이의 국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작비 때문에 가장 싸게 먹히는 뉴스일변도의 편성을 하고 있다는 시각도 검정해야 한다.

언론의 비판적 기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일어난 현상을 그들만의 프레임으로 재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팩트를 침소봉대하여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허탈하게 만들어 절망의 늪에 빠트려서도 안된다. 역사발전을 언론이 막고 있지는 않는지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토인비는 ‘현대인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 다만 알고 있지 못한 것은 자기자신뿐이다’고 했다. 지금의 언론이 자기 자신만 모르는 것이 아닌가 돌아봐야 한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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