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의 과제와 미래' 학술 심포지엄
'지역축제의 과제와 미래' 학술 심포지엄
  • 경남일보
  • 승인 2015.01.30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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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석 경상대 명예교수 기조연설
▲ 4일 오후 진주시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관에서 지역축제의 과제와 미래를 주제로 제2회 국제학술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날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자들과 토론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오태인기자taein@gnnews.co.kr

제의·의례 통해 불경·불신·갈등·오해 해소가 기원
일상에서 벗어난 변칙 순간이며 인간성 회복의 장

신에 대한 경외심·인간의 오락성 공존이 중심 돼야

1. 축제의 기원

축제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삼국지(三國志)나 후한서(後漢書) 등의 기록에 나타난 원시 부족국가 시대의 제천의식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부여의 추수감사제인 ‘영고(迎鼓)’는 농경사회의 집단적인 제의로서 전 부족민이 참여하여 술과 노래와 춤으로 수일간 즐긴 축제였고, 고구려의 ‘동맹(東盟)’이나 예의 ‘무천’도 같은 의미의 축제였다. 다만 마한에서는 5월에 ‘풍년기원제’를 지냈고, 시월에는 ‘추수감사제’를 드렸다고 하는데, 고대 부족국가의 이러한 제의는 천신을 비롯한 여러 신들에게 제액초복(除厄招福)과 풍요와 다산을 비는 종교적 의례였다. 이와 같은 의식을 통해 구성원들은 신에 대한 불경(不敬)과 불신(不信)을 해소하고, 이웃 간의 갈등과 오해를 풀어내고자 했으며, 이것이 오늘날 지역축제의 기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제의와 의례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신앙의 대상이 모두 천신(天神)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자신들이 천손으로서 조상신인 천신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천신숭배신앙’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제의에서 천신 외에 여타의 신들에게도 제사를 드린다는 점에서 보면, 그 신앙관이 다신론적이며, 무속(巫俗)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본다.

세 번째로 봄철에는 기풍제(祈豊祭), 가을에는 감사제를 드렸는데 이것은 우리 민족이 농경민족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마지막으로 제의가 끝나면 제물을 음복하고, 음주가무로써 오신(娛神)과 오인(娛人)의 굿판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때 연희되는 노래와 춤은 그들의 삶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꾸밈없는 소리이며, 몸짓이라고 할 수 있다.

2. 축제의 기능

축제는 규칙적이고 통제된 일상의 긴장에서 벗어나 인간의 내면세계에 잠재되어 있던 욕구를 발산함으로써 기존의 질서와 규범을 잠간동안 파괴하는 변칙의 순간이며, 인간성 회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축제의 중심에는 신에 대한 경외심(敬畏心)과 인간의 오락성이 공존해야 하며, 독창적인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축제의 기능은 요약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종교적 오신기능

축제는 신과 인간의 연결 고리이다. 고대인들은 제천의식에는 두 가지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신을 모신 후에 제사를 드리는 것은 신에 대한 봉헌이며, 그 후에 펼쳐지는 노래와 춤은 신의 기분을 풀어드리는 행위로서 이 집단적인 제의와 오신(娛神)행위는 무당의 굿과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고대 부족국의 축제는 신과 인간이 교감하는 신성한 의례였고, 이러한 신과의 만남으로 인하여 이후에는 신의 축복이 자신들에게 임할 것이라고 믿었던 신성한 의례적 종교의식이었던 것이다.

2)사회적 통합기능

축제는 신과 인간이 교통하는 제의인 동시에 이를 통하여 집단 사이에 쌓였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고,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며, 결속력 강화로 소속감과 일체감을 확인했다. 마을의 수호신에게 번영과 무사태평, 풍요와 다산을 한마음으로 기원했고, 농경사회의 공동작업을 위한 두레집단의 성립도 축제를 통하여 형성되었다. 축제에 등장하는 대동놀이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공동체 통합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경제적 생산기능

축제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노동의 현장에서 이탈하여 생산 활동을 중단하고, 소용되는 물적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소모적 행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축제의 기원이 고대인들의 제의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축제의 원초적 정서는 소모적 행위에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축제와 생산 활동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보다 즐거운 축제를 위해서는 공동체의 삶이 풍성해야하며, 축제를 통해 그들은 생산 활동에 필요한 노동력을 재충전했던 것이다. 따라서 축제의 겉모습은 비생산적인 행사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적 생산성이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4)전통문화 전승기능

축제의 진행순서는 일차적으로 수호신을 비롯한 제신(諸神)의 제의과정에서 신과 일체가 되어, 풍요와 다산을 약속 받고, 즐거움 마음으로 제물을 음복한 후 노래와 춤을 통한 오신행위가 이루어진다. 이어서 진행되는 집단의 대동 놀이는 종교적 기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승과정에서 제의성 보다는 오락성과 예술성이 강조된 향토민속문화로 바뀌었다. 축제의 중심축에 있는 제의와 놀이는 우리의 전통문화이기 때문에 그것이 계속 되는 한 우리 전통문화의 맥은 이어져 나갈 것이다.

3. 현대 축제의 나아갈 길

1)지역민과 함께하는 축제

1970년대 이래 이렇게 인위적으로 대량 생산된 축제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물질과 시간을 낭비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 ‘사이비축제’와 ‘모방축제’ ‘백화점축제’는 전통문화의 변질과 변태를 초래하였고, 지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지역축제의 바람직한 방향은 몇몇 관계자에게 축제의 기획과 진행을 맡겨온 종래의 관행에서 탈피하여, 전 지역민들이 자유롭게 축제에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역 발전은 주민의 결속과 화합에서 이루어진다. 조상 대대로 전승되어온 독창적이고 뿌리 깊은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지역축제야말로 지역민들의 일체감과 결속력을 다지는 최고의 가치 있는 상품이 될 것이다.

2)향토의 특징이 살아있는 축제

축제의 기능은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새로운 생활의 활력소를 보충해야 하며, 지역민들의 대다수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더불어 즐기는 ‘놀이마당’이 되어야 한다. 지역축제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적인 다양성보다는 질적인 우수성에 무게를 두어야 하며, 그 지역 특유의 세시풍속이나 민속놀이에 근거한 민속축제이거나,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에 초점을 맞춘 정통성을 확보해야만 한다.

3)지역민이 주도하는 축제

지역축제의 유형은 관주도형과의 민간주도형으로 양분되어 있다. 그런데 민간주도형의 축제도 단체의 구성 자체가 관에 의해 구성되었거나, 관의 재정적 뒷받침이 없이는 운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고 보면 대부분의 지역축제는 관주도의 축제라고 할 수 있다. 관주도의 축제는 주민 다수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축제가 되지 못하고, 모방 내지는 과거의 답습과 행사 위주의 판에 박힌 축제가 되어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축제가 되기 쉽다. 바람직한 지역축제는 민간주도 축제로서 정직하고 양심적이며 애향심 강한 지역 주민들에게 축제의 모든 운영을 믿고 맡길 때, 자기고장의 멋과 맛이 어우러진 특징 있는 전통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국제학술 심포지엄 : 지역축제의 과제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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