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아픈 것들(황영자)
[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아픈 것들(황영자)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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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디카시

<아픈 것들> - 황영자



허둥지둥 출근하는 남자

면도 자국이 핏점이다

얼마나 더 베일

초록의 끝잠, 늦잠



대개의 남자애들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면도에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솜털이 나기도 전에 아버지의 면도기로 제 여린 피부를 쓱쓱 긁어대다가 따끔한 생채기에 혼이 나기도 한다. 사춘기를 지나며 제법 거뭇한 수염들이 자라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비로소 제 스스로 어른이 된 듯,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일탈조차도 마냥 아름답기만 하여서, 언제나 되돌아가고 싶은 한때는 언제나 십대의 그 어디쯤이다. 어른이 되어 바쁜 출근길 쓱쓱-, 면도 거품 속을 헤집다 보면 하얀 거품 속에 어김없이 배어나는 핏빛 생채기. 그 핏빛 생채기는 더 이상 호기심도, 추억도 아닌 그저 팍팍하기 이를 데 없는 일상의 그을음이다. 그래서 좀체 멎질 않고, 하루종일 은근히 욱신거린다. 출근하는 남자들의 발자국이 오늘도 아프게 눈에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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