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탄생나무에 엮인 이야기(2)
[경일포럼]탄생나무에 엮인 이야기(2)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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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초의 나무 이야기는 신단수를 중심으로 한 단군신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제왕운기에서는 환웅의 손녀와 박달나무 신인 단수신(檀樹神)이 혼인해 아들을 낳아 단나무의 아들이라 그 이름이 단군이 됐다고 전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생활 속에서 나무와 더불어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지난 회에 이어 탄생나무와 관련된 재미나는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7월의 탄생목 중 느릅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두원리에는 횡성군의 보호수 4호로 지정된, 수령이 400년이 넘는 큰 느릅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에는 애잔한 전설이 담겨 있다. 자식을 그토록 원하던 충청도 부부가 두원리 느릅나무를 찾아가면 자식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나무 아래에서 100일 동안 기도를 드렸더니 신기하게도 아들을 보았다. 그러나 3년 만에 아이가 이유를 모른 채 죽자, 한 신령이 꿈에 나타나 두원리 느릅나무를 찾아가 보라고 일러주었다. 행여나 싶어 찾아가 본 나무는 아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죽어 있었고, 한 귀퉁이에서 새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이후 자식의 생명을 대신해 다시 살고 있는 나무를 위해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 서낭지신을 모시고 매년 음력 정월 정일에 치성을 드리고 있다고 한다.

8월의 탄생목 포플러에 대한 전설은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아들인 파에톤이 태양마차를 몰다가 잘못해 지상이 멸망할 위기에 이르자 제우스가 던진 벼락에 맞아 죽고 만다. 지상에 떨어진 파에톤의 시체를 수습한 헬리오스의 딸들은 파에톤의 죽음을 슬퍼하다가 포플러 나무로 변했다고 한다. 9월의 탄생목 중 수양버들은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흔히 여성에 비유하고 있다. 한편 수선은 꽃 모양 덕에 남자를 의미해 ‘사랑하는 수선, 사랑받는 버들’이란 말이 생겼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을 수선과 버들로 비유한 것이다. 10월의 탄생목 중 마가목은 마력을 물리치는 나무로서 아궁이에 이 나무를 넣어 두면 집안이 번성한다고 하고 또 바다귀신이나 수난을 피하는 부적으로 배를 만들 때 이 나무를 쓰면 좋다고 한다.

11월의 탄생목 중 밤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나도밤나무에 엮인 이야기를 소개한다. 옛날 깊은 산골에 가난한 부부가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어느 날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몇 월 몇 일까지 밤나무 1000그루를 심어라는 계시를 받았다. 그날부터 부부는 밤낮없이 주위에 자라는 밤나무를 모조리 캐다가 열심히 심었다. 그러나 999그루를 심고 마지막 한 그루는 아무래도 채울 수가 없었다. 산신령이 말씀하신 운명의 시각은 다가오고 어떻게 뾰족한 방법이 없어 호랑이한테 잡혀 먹힐 것만을 걱정하고 있을 때, 냉큼 ‘나도 밤나무요’라고 하는 나무가 있어 호랑이 눈으로서야 그게 그것일 가짜 밤나무 한 그루를 마지막으로 채워 1000그루 밤나무 심기는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그리하여 그때까지 제대로 이름을 갖고 있지 않던 이 나무를 사람들은 ‘나도밤나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2월의 탄생목인 울릉도 성인봉에만 있는 너도밤나무도 나도밤나무와 유사한 전설이 전래되고 있다.

곧 남부지방에는 나무심기 좋은 계절이 다가온다. 당국에서는 우리 지역의 나무심기 좋은 시기를 2월 하순에서 3월 중순으로 지정했다. 나무심기 좋은 시기에 나무에 엮인 재미나는 이야기까지 곁들이면서 내 나무갖기 운동에 가족과 함께 동참한다면 후세들에게 좋은 추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남창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자원연구소 자문위원·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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