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관광객의 시선으로 본 진주성관광
[경일시론]관광객의 시선으로 본 진주성관광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9 1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강을 지나가다 보면 한 건물에 ‘2월 15일부터 진주대첩 기념광장 조성사업으로 문을 닫습니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린 것을 볼 수 있다. 이제 사업부지 내에 해결되지 못한 보상문제만 끝나면 본격적으로 조성사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진주대첩 기념광장이 완성되면 멋진 광장이 생겨나 훌륭한 진주성 경관을 선사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진주시가 진주대첩 기념광장을 조성하는 목적은 진주성대첩의 의미를 새기고 이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이 사업의 핵심은 촉석루 입구 쪽의 기존 외성이 있던 시가지를 정비해 광장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광장 내에는 진주역사관과 대첩관이 건립되고, 김시민 장군과 논개를 테마로 한 공원으로 조성될 것이라 한다. 이 광장은 진주대첩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사업이면서도 진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업으로 보인다. 따라서 진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진주성 싸움의 의미를 어떻게 광장에 담아낼 것인지 주목된다.

하지만 아무리 잘 조성한 광장이 생겨나도 관광의 측면에서 보면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과연 새로 생길 광장이 관광객의 시선을 포용할 수 있을까해서이다. 우리는 흔히들 광장이라 하면 탁 트인 공간을 연상하면서도 그 속을 무엇으로 채우려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광장은 원래 열린 거리나 마찬가지이다. 열린 거리는 숱한 거리와 생활공간들을 연결시켜 준다. 이를테면 장터거리는 마을에서 정성 들여 생산한 곡식과 과일이 넘치고, 사고파는 사람들의 흥정이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곳이다. 진주의 열린 거리는 우리 진주의 생활문화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소통하는 광장이나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관광객의 시선은 매우 정교하고 예리하다. 그들은 아름다운 진주성의 경관과 기념관의 전시물을 둘러보는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진주를 방문하기 전부터 좋은 구경거리를 만날 것을 기대하고 찾아온다. 그들은 먹기도, 머물기도, 쇼핑해갈 거리까지 미리 생각하고 방문할 것이다. 관광객의 시선은 차고 냉정하기까지 하다. 아마 그들은 진주성 인근까지 스캐닝을 해보고 경관에 흥미를 느껴 유인하는 장소를 발견하지 못하면 별 볼일 없다는 듯 떠나고 말 것이다.

광장이 완성되고 난 후를 가상해서 관광객의 시선으로 광장주변을 둘러보자. 광장에서 남강과 진주성 쪽을 제외하면 큰 도로가 그들의 시선을 차단한다. 반대쪽 길 건너편은 광장과 어울리지 않는 가구점, 모텔, 상점들만 보인다. 시선을 옮겨 길 건너 진주시청이 있던 청소년센터가 있는 구역으로 가봐야 소용없다. 어디에도 기대하던 진주성의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확장돼 시선을 붙드는 곳은 없다. ‘이제 볼 것은 다 봤나봐. 딴 데로 가야지.’ 관광객은 그의 시선을 거두고 진주를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광장을 조성하면서 광장주변도 함께 생각하는 계획을 세워 보자. 관광객의 시선은 한곳에 사로잡혀 쉽게 머물려고 하지 않는다. 진주성을 둘러보고 떠나던 관광객들이 기념관과 역사관이 생긴다고 머물러 하루를 쉬고 갈까. 그들의 시선을 붙잡는 대첩광장과 진주성 주변의 거리와 거리를 연결해 보는 수완을 발휘해 보자. 관광객들의 시선은 광장 너머의 골목과 골목 사이에 숨어 있는 길거리 음식점, 맛난 찻집과 커피숍이 있는 카페, 진주 비단을 싸게 사갈 수 있는 상점들에 꽂히기 쉽다. 돌아가서는 그들의 시선이 ‘진주 한번 가봐라’는 입소문도 만들어 줄 것이다.
 
고원규 객원논설위원·한국국제대학교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